[동남아 에이즈 증가율 세계최고] 베트남 에이즈 확산 실태
수정 2004-08-18 07:41
입력 2004-08-18 00:00
베트남에서는 청소년과 여성을 중심으로 에이즈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지난해 10월 발표한 베트남 보건부의 통계에 따르면,전체 인구 가운데 0.28%에 해당하는 약 8만명이 에이즈에 이미 감염됐다.이 가운데 10∼29세의 젊은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감염자의 70%에 이른다.여성 감염자는 20%로 성매매 여성을 중심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제공
베트남에서는 지난 1990년 12월 호치민시에서 첫 에이즈 감염자가 발생했다.이어 93년에는 이 도시에서 정맥주사를 통한 마약사용으로 에이즈가 처음 전파됐으며 98년말부터는 베트남 전역으로 퍼졌다.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7만 4330명의 에이즈 환자가 발생했다.이 가운데 6395명이 죽었다.2010년에는 35만명이 에이즈에 감염돼 6만 200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에서 에이즈 확산 주범은 단연 마약 주사기다.호기심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댄 청소년들이 주사기를 돌려쓰다 자연스럽게 에이즈에 감염된다.여기에는 인접지역에 세계 최대 마약 산지였던 골든 트라이앵글이 위치하는 등 전통적으로 마약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봉안 디엔 하이퐁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부시장에 해당)은 “마약을 끊었던 사람들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비율이 95%에 이른다.”면서 “마약은 현실적으로 법대로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국경이나 산간지방 등에서는 아직까지도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유엔에이즈계획이 최근 라이 차우와 쿠앙 트리,안 기앙,키엔 기앙,동 탑 등 산악과 국경지역에서 거주하는 15∼24세의 미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26.3%만이 에이즈의 감염 경로에 대해 제대로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유엔인구기금(UNFPA)의 팜구엔방은 “실제로는 다르지만 베트남에서는 여성이 에이즈에 걸리면 부정한 여자로 취급하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이 고통스럽게 마련이다.”고 말했다.
베트남 유엔인구기금의 요하네케 카란은 “현재는 전체 인구의 에이즈 감염자가 0.3%에 못 미치지만 0.5%를 넘어서면 탄력을 받아 에이즈 감염인구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면서 “감염인구가 0.3%를 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에이즈 감염자들에 대한 치료조차 버거운 실정이다.1인당 GDP가 400달러에 불과한 나라에서 연간 8000달러나 되는 약값을 부담하기란 쉽지 않다.이 때문에 고작 2%만이 치료를 받고 있을 뿐이다.태국 등에서 불법으로 수입하는 복제약이라도 1년치가 297달러에 이른다.또 에이즈 감염자들이 입원한 병원에서도 에이즈를 치료하기보다는 폐렴 등 겉으로 드러나는 병에 대한 처방만을 할 뿐이다.하이퐁시의 비엣티엡병원 전염과 의사 부이비치투이(46·여)는 “우리 병원에는 다른 병을 치료하다 감염사실을 알게 되는 에이즈 감염자가 300∼400명이 있다.”면서 “그러나 여기서 치료받는 환자는 1∼2명에 불과하며 대다수 특별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베트남 정부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매달 60개씩 콘돔을 제공하기 시작했다.일부 청소년에게는 마약 주사기를 돌려쓰지 못하도록 주사기까지 배포했다.청소년 클럽에서 배포하거나 유흥지역에 자동판매기를 설치하고 있다.하지만 콘돔·주사 배포의 체감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
김영순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부회장은 “베트남에서는 아직까지도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규 교과 과정에 포함시키는 등 에이즈 교육·홍보에 역점을 둬야 한다.”면서 “특히 여성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며 베트남 정부가 스스로 에이즈 관련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2004-08-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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