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美시위문화의 메카 ‘워싱턴 몰’
수정 2004-05-25 00:00
입력 2004-05-25 00:00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총보다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 ‘플라워 피플’의 구호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1972년에는 링컨 기념관 앞에서 베트남전 징집용으로 사용되던 문구 ‘당신을 원한다(I want you)’가 ‘나는 빠지고 싶다(I want out)’로 바뀌어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앞서 1963년 8월28일 워싱턴 기념탑 앞에서 20만명의 흑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은 시민운동의 전설로 남아 있다.“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로 시작되는 이 연설이 행해진 몰은 100년 전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령에 사인한 곳이다.
9·11 테러 직후 미 전역의 오토바이족 1000여명이 전쟁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인 곳 역시 몰 주변을 도는 도로를 따라서다.과거 플라워 피플들이 히피족으로 바뀌고 1990년대 신경제의 붐이 일면서 시위가 크게 줄었지만 이라크전쟁 이후 다시 반전운동에 낙태·동성애 등의 권리를 주창하는 시민단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2000년 7월 노란색 가사 위에 붉은 장삼을 거친 티베트의 망명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물질문명에 빠진 미국인 5만명을 상대로 ‘설법’을 펼 친 곳도 워싱턴 몰의 한복판에서다.톰 행크스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반전시위가 벌어지던 도중 옛 애인과 재회하는 장면은 바로 링컨 기념관 앞 연못에서 연출됐다.
2004-05-2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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