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남녀 결혼시키더니…성폭행 의혹에 결국 폐지된 英 예능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1-06 10:40
입력 2026-11-06 10:40

첫 만남에 결혼하는 파격 설정…성폭행 의혹까지 불거져
英 예능 결국 폐지…출연자 보호 문제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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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예능 ‘매리드 앳 퍼스트 사이트 UK’ 출연진의 단체 홍보사진. 채널4는 일부 출연자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뒤 외부 검토를 거쳐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 사진 속 인물들은 해당 의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채널4 제공
영국 예능 ‘매리드 앳 퍼스트 사이트 UK’ 출연진의 단체 홍보사진. 채널4는 일부 출연자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뒤 외부 검토를 거쳐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 사진 속 인물들은 해당 의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채널4 제공


처음 만난 남녀가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생활하는 영국의 인기 예능이 결국 폐지됐다. 여성 출연자들이 촬영 중 성폭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한 뒤, 방송사가 외부 검토를 거쳐 프로그램을 끝내기로 했다.

영국 방송사 채널4는 5일(현지시간) ‘매리드 앳 퍼스트 사이트 UK’(MAFS UK)를 더 이상 방송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제작 중이던 새 시즌도 내보내지 않고, 준비 단계에서 중단한 파생 프로그램 역시 제작을 재개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들이 짝지어 준 남녀가 결혼식에서 처음 만나 관계를 이어 가는 형식이다. 다만 방송 속 결혼은 법적 효력이 없다. 출연자들은 신혼여행을 떠나고 함께 살면서 일상을 촬영한다.

논란은 지난 5월 BBC 탐사 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가 여성 출연자 3명의 주장을 다루면서 커졌다. 여성 2명은 촬영 기간 방송 속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다른 1명은 동의하지 않은 성적 행위를 겪었다고 밝혔다. 지목된 남성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

여성 3명, 제작진의 보호 부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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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채널4 본사와 방송사 로고를 형상화한 대형 ‘4’ 조형물. 채널4는 출연자들의 성폭행 피해 주장 이후 외부 검토를 거쳐 ‘매리드 앳 퍼스트 사이트 UK’ 폐지를 결정했다. 사진=Tim Benedict Pou·위키미디어 공용(CC BY 2.0)
영국 런던의 채널4 본사와 방송사 로고를 형상화한 대형 ‘4’ 조형물. 채널4는 출연자들의 성폭행 피해 주장 이후 외부 검토를 거쳐 ‘매리드 앳 퍼스트 사이트 UK’ 폐지를 결정했다. 사진=Tim Benedict Pou·위키미디어 공용(CC BY 2.0)


여성들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자신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채널4는 지난 4월 BBC로부터 의혹을 전달받은 뒤 외부 검토를 의뢰했고, 5월에는 기존 시즌 전체를 스트리밍과 방송 서비스에서 내렸다.

검토는 두 갈래로 진행됐다. 법무법인 클라이드앤코는 당시 출연자 보호 절차와 의혹 대응이 방송 규정에 부합했는지 살폈다. 전 BBC 원 책임자 로레인 헤게시는 보호 장치를 더 강화할 방안을 검토했다.

채널4에 따르면 법률 검토에서는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방송사와 제작사 CPL의 보호 절차 및 대응이 방송 규정을 위반했다는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일부 사례에서 보호 절차를 온전히 이행하지 않은 점은 확인했다.

이번 검토는 성폭행 등 개별 의혹의 진위를 판정하기 위한 절차는 아니었다. 채널4는 해당 의혹은 관계 당국이 다룰 사안이라고 밝혔다.

보호 장치 늘려 계속할 수 있다는데…방송사는 폐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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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SBS플러스 연애 예능 ‘나는 솔로’ 포스터.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남성은 준강간 혐의로 올해 5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ENA·SBS플러스 제공
ENA·SBS플러스 연애 예능 ‘나는 솔로’ 포스터.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남성은 준강간 혐의로 올해 5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ENA·SBS플러스 제공


헤게시의 검토는 기존 보호 체계를 보완하고 프로그램 형식을 조정하면 후속 시즌 제작을 이어 갈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프리야 도그라 채널4 최고경영자(CEO)는 권고를 모두 이행하면 개입과 감시·감독 수준이 높아져 프로그램의 형식과 기획 취지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그램이 10년간 이어진 점까지 고려해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그라 CEO는 의혹을 제기한 여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프로그램 예산은 새로운 영국 제작 프로그램에 투입하기로 했다.

영국 하원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장 캐럴라인 디니니지는 폐지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리얼리티 출연자들을 상품처럼 취급해 온 관행을 지적하며 제작사와 규제 당국의 개선을 촉구했다.

국내 연애 예능에서도 출연자의 성범죄 사건으로 논란이 일었다. ‘나는 솔로’와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에 출연했던 남성은 지난해 6월 서울 마포구의 한 주차장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5월 7일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영국 출연자들이 제기한 촬영 중 피해 의혹과 달리, 국내 사건은 방송 촬영 현장 밖에서 발생했다. 출연자의 범행과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의 보호 책임은 구분해 살펴야 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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