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강엔 ‘수달’이 논다… 5400억 들여 친환경 실현

김형엽 기자
수정 2026-11-06 04:17
입력 2026-11-06 04:17
수년간 대대적 환경개선 사업 성과
2022년 첫 포착 후 사계절 내내 모습수생환경 건강도 판단 핵심 ‘지표종’
세계 제련소 첫 폐수 무방류 시스템
오염물질 유출 차단… 대기질 개선도
글로벌 비철금속 강국 기여한 메카
주민 고용·연 500억 지역 경제 효과
출산율 높아 면 단위 초등생 100명
체육시설·무료 목욕탕·나눔 등 상생경북 최북단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을 흐르는 낙동강변 생태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그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수달이 심심찮게 제련소 직원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목격되면서다. 수달 출현 횟수가 잦아지면서 강가를 따라 설치된 나무 데크길에는 ‘수달 서식지 안내’라는 표지판도 설치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현대식 아연 제련소와 수달이 낙동강을 끼고 동거에 들어간 것이다.
영풍 제공
흔히 제련소라 하면 공해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대규모 공해산업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낙동강 최상류 청정 구역과 맞닿은 제련소 앞 하천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이 목격되면서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5일 영풍에 따르면 2022년 첫 공식 촬영된 수달은 올해 들어 연초 겨울부터 봄·여름·가을까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수달의 관찰이 수년째 반복되면서 제련소 인근이 수달의 안정적인 서식·활동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풍 제공
수달은 수질이 깨끗하고 먹이가 풍부한 하천과 습지에서만 제한적으로 서식하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다. 하천 생태계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역시 수달을 해당 지역 수생환경의 건강도를 판단하는 ‘지표종’으로 분류한다. 제련소 바로 앞 강에 수달이 안착했다는 점은 주변 하천 생태계가 매우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객관적 증거다.
이처럼 석포제련소 앞 강에 수달이 돌아온 배경에는 영풍이 수년 전부터 대대적으로 추진해 온 환경개선 사업의 성과 덕분이다.
1970년 100% 자기자본으로 완공된 석포제련소는 대한민국 광복 이후 설립된 최초의 현대식 아연 제련소다.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자급자족을 끌어낸 산실이자,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글로벌 비철금속 강국으로 끌어올린 메카다.
영풍은 2019년 ‘환경개선 혁신 계획’을 수립한 이후 2025년 말까지 총 54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을 환경 분야에 투입했다. 매년 1000억원 안팎의 투자를 집행하며 오염물질 저감과 수질 개선, 친환경 공정 구축에 집중해 왔다.
영풍 제공
가장 대표적인 결실은 2021년 세계 제련소 최초로 도입한 ‘폐수 무방류 시스템’(Zero Liquid Discharge·ZLD·제리디)이다. 약 475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제리디는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외부 하천으로 단 한 방울도 방류하지 않고 전량 재처리해 공정용수로 재이용하는 순환형 수처리 설비다.
제리디는 상압 증발 농축 방식을 적용해 폐수를 1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끓여 수증기를 포집한 뒤 깨끗한 물로 회수하고 이를 다시 공정에 재투입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원으로 제련 폐열 스팀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까지 극대화했다. 하루 최대 4000㎥, 평균 2000~2500㎥의 공정 사용수를 전량 재이용함으로써 연간 약 88만㎥에 달하는 하천수 취수량을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영풍은 제리디 기술의 특허 등록을 완료했으며 강원 영월군청을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산업계의 현장 방문이 이어지는 등 국내 자원순환의 선도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수질 보전을 위한 치밀한 다중 방어선도 구축됐다. 2025년 10월에는 공장 외곽 3㎞ 구간에 지하수를 통한 오염물질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지하수 확산 방지시설’을 준공했다. 아울러 습식공장 하부 바닥 3중 차단 시설, 이중옹벽조 등 각종 환경 설비를 갖춰 오염물질의 토양·수계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대기질 개선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오존 분사시설 도입, 산소공장 증설, 실시간 배출 모니터링 체계(TMS) 구축 등을 통해 자체 관리 기준을 법정 기준보다 한층 엄격하게 강화했다. 측정된 인근 대기질 정보는 마을 전광판과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명확히 공개된다.
이러한 전방위적 환경 투자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제련소 주변 낙동강의 국가수질측정망에서는 카드뮴, 납, 시안, 비소, 수은, 구리 등 주요 중금속 성분이 모두 ‘정량한계 미만’으로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정량한계 미만은 측정 장비가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소 농도보다 낮은 수준을 의미한다. 수질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도 양호하다.
영풍 관계자는 “과거의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추진해 온 과감한 환경 혁신 투자가 수달이 안착할 만큼 청정한 하천 생태계 회복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친환경 제련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지역 환경 보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친환경 변화는 지역사회의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다. 경북의 최북단이자 강원도와 맞닿은 산간 오지인 석포면은 영풍 석포제련소가 있기에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도 단단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석포면 전체 인구 2000여명 중 대부분이 제련소 및 협력업체 종사자와 그 가족들이다. 제련소의 직·간접 고용 인원만 약 1300명에 달하며 연간 약 500억원 규모의 지역 내 소비·순환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슈퍼마켓, 음식점, 편의점 등 지역 상권 역시 제련소를 중심으로 활력을 얻고 있다.
전국적인 인구 절벽 속에서 봉화군의 소멸위험지수는 9월 기준 0.08 수준으로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에 속하지만 석포면은 예외다. 1935년 개교한 석포초는 봉화 지역 면 단위 학교 중 유일하게 전교생 100명 안팎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석포중 또한 전교생 50여명 안팎으로 활력을 유지하는 중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비결은 제련소 직원들의 높은 출산율에 있다. 제련소 직원 중 네 자녀 이상을 둔 가구가 2가구, 세 자녀 이상 가구가 11가구에 이른다. 이에 따라 석포면의 평균 연령은 52.2세(2026년 4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로 봉화군 평균(59.1세)보다 7세가량 낮아 군 내에서 가장 젊은 지역으로 꼽힌다.
영풍 제공
영풍은 사회공헌을 통한 지역 상생에도 힘을 쏟고 있다.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마을 무료 목욕탕을 연중 상시 운영하고 있으며 축구장·풋살장·테니스장 등 체육시설을 조성해 여가 활동을 지원한다. 매년 다양한 문화사업을 비롯해 연탄 나눔, 성금 기부, 지역 학생 방한복 지원 등 다채로운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낙동강 최상류 오지 마을에서 시작된 비철금속 산업의 역사는 이제 획기적인 친환경 기술과 결합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상생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며 “멸종위기 수달이 뛰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석포면의 풍경을 통해 환경 개선과 지역 살리기가 함께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봉화 김형엽 기자
세줄 요약
- 수달 사계절 목격, 낙동강 생태 회복 상징
- 5400억 환경투자, 무방류 시스템 도입
- 지역 고용·상생 효과로 석포면 활력 유지
2026-11-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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