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기’ K드라마…세계는 열광하는데 제작 현장은 왜? [핫이슈]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1-04 14:00
입력 2026-11-04 14:00
세계적 인기에도 제작 편수 감소…치솟는 비용에 방송사 투자 위축
배우·작가 등 12개 단체 공동 호소…정부에 제작 기반 지원 촉구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K드라마의 제작 현장에서 위기 경고가 나왔다. 배우·작가·제작진을 대표하는 국내 12개 단체가 제작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며 정부에 지원을 촉구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한국드라마PD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등 12개 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산업의 위기를 호소했다. 제작사뿐 아니라 감독과 배우, 작가, 촬영·제작 인력 등이 함께 목소리를 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년 만에 약 30% 줄었다. 지상파 3사의 드라마 편성도 2012년 91편에서 2023년 32편으로 감소했다.
일부 채널은 평일 드라마 편성을 중단했다. 업계는 작품 감소가 배우와 작가, 스태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제작비는 오르는데…광고만으론 회수 어려워
단체들은 자금력이 큰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의 경쟁에 따른 제작비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방송사의 투자 여력 감소와 제작사의 지식재산권(IP)·후속 수익 확보 어려움도 지적했다.
광고 수입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지면서 방송사로서는 드라마 제작과 편성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됐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인기와 별개로 국내 제작 현장에서는 다음 작품에 투자할 여력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제작 감소는 다음 세대 창작자가 성장할 기회도 좁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해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에는 작품을 마치면 보조 작가에게 이어줄 일이 생겼지만, 지금은 보조 작가들이 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체들은 신인 작가의 후속작과 조연 배우의 주연 도전도 꾸준한 제작 환경에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 번 무너진 인력과 제작 기반은 시장 여건이 나아져도 곧바로 복원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지원 예산 삭감에 반발…중저예산 작품도 살려야
업계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도 반발했다. 단체들이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2027년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 분야 예산안은 올해 918억원보다 45억원 적은 873억원이다.
12개 단체는 연간 드라마 제작 편수 회복을 국가 정책목표로 삼고, 1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지원체계 구축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방송사, 제작사가 함께 재원과 운영 방식을 설계하자는 제안이다.
대규모 작품에만 지원을 집중하기보다 중저예산 드라마와 다양한 장르의 제작을 이어갈 환경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역시 제작비 구조를 합리화하고 공정한 제작 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송병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은 드라마 100편을 제작한다면 성공한 1편뿐 아니라 나머지 99편도 창작자를 키우는 토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흥행작 몇 편의 성과만으로는 제작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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