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사우디 “기체 결함”이라더니…후티, 헬기 ‘격추 순간’ 공개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0-19 13:00
입력 2026-10-19 13:00
사우디 AH-6i 추락에 장교 2명 사망…이란계 미사일 가능성
WSJ “후티 공격 절반 이상, 방공망 미배치 지역 겨냥”
사우디아라비아 군용 헬기가 예멘 접경 지역에서 추락해 장교 2명이 숨진 가운데 친이란 무장조직 후티가 해당 헬기를 격추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사우디군은 기술적 결함에 따른 사고라고 발표했지만, 후티는 지대공미사일 공격을 주장하면서 추락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투르키 알말리키 대변인은 남서부 나즈란 지역에서 AH-6i 정찰헬기가 추락해 탑승한 장교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고 기체는 사우디 국가방위부 소속으로, 예멘 국경과 가까운 나즈란 지역에서 비행하다 추락했다. 알말리키 대변인은 기술적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구체적인 고장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티군 대변인 야히야 사리는 전날인 17일 나즈란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사우디군의 아파치 헬기를 지대공미사일로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알말리키 대변인은 AH-64 아파치 헬기 여러 대가 주기된 사진을 공개하며 후티 측 주장을 반박했다.
후티는 이튿날 군사매체를 통해 이번에는 AH-6i 헬기를 격추한 장면이라며 약 1분 24초 분량의 열영상을 공개했다.
공중에서 강한 섬광…전문매체 “AH-6i 외형과 일치”
후티가 공개한 영상에는 열영상 장비가 공중의 비행체를 추적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비행체 부근에서 강한 섬광이 발생한다. 후티는 자체 제작한 지대공미사일이 사우디 헬기를 명중시킨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 블로그는 18일 영상을 분석한 결과, 비행체의 외형이 AH-6i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격에 사용된 무기도 이란이 설계한 358형 계열 체공형 지대공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개된 영상만으로 해당 비행체가 실제 추락한 사우디 헬기와 동일한지, 미사일 공격이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확정할 수 없다.
AH-6i는 미국 보잉이 제작한 경공격·정찰헬기로, 미군 특수작전부대가 운용하는 MH-6 리틀버드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승무원 2명이 탑승하며 기관총과 로켓, 유도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다. 후티가 처음 격추했다고 주장한 AH-64 아파치와는 다른 기종이다.
이란계 358형 미사일 가능성…사우디 방공망의 약점도 드러나
이번 공격에 사용됐다는 미사일의 정체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중동 안보 분석 프로젝트인 크리티컬 스레츠(CTP)는 18일 공개자료 분석가의 평가를 인용해 후티가 이란계 358형을 기반으로 한 ‘사크르-1’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크르-1은 후티가 운용하는 체공형 지대공미사일로, 사거리는 약 150㎞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지대공미사일과 달리 소형 제트엔진을 이용해 일정 구역을 선회하면서 공중 표적을 탐색한다. 주로 헬기와 무인기처럼 비교적 느리게 비행하는 항공기를 겨냥한다.
이란제 358형 미사일은 과거 후티로 향하던 무기 수송선에서도 발견됐다. 미 중부사령부는 2020년 2월 아라비아해에서 나포한 선박에서 이란이 설계·제작한 358형 지대공미사일 3기를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 11월에도 다른 선박에서 거의 완성된 같은 계열 미사일 5기를 발견했다.
후티는 이 계열 무기를 예멘 상공의 무인기 요격에도 활용해왔다. 다만 이번 헬기 추락에 실제로 사크르-1이 사용됐는지, 해당 무기가 이란에서 직접 공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해 미국산 첨단 무기를 확보한 사우디가 후티의 공격에 고전하는 배경도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사우디군이 요격미사일 부족과 광범위한 방어 지역 때문에 후티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는 패트리엇 등 방공체계가 배치된 지역에서 후티 미사일의 90% 이상을 요격했다. 그러나 최근 후티 공격의 절반 이상은 방공망이 배치되지 않은 지역을 겨냥했다. 전직 미 국방부 관계자는 사우디가 북쪽의 이라크, 동쪽의 이란, 남쪽의 예멘에서 발생하는 위협에 대응하느라 방공전력을 분산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헬기 추락도 사우디와 후티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후티는 최근 사우디의 공항과 에너지 시설을 겨냥해 드론·미사일 공격을 이어갔고, 사우디도 예멘 내 후티 거점을 공습하고 있다.
사우디군이 기술적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발표한 가운데 후티가 격추 장면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정확한 추락 원인은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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