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말 신중히”…한국의 사과 요구에 우크라 전직 장교까지 가세한 배경은? [핫이슈]

윤태희 기자
수정 2026-10-04 13:30
입력 2026-10-04 13:30
北포로 한국행 공개·비공개 합의 공방이 배경…‘진짜 동맹’ 주장한 아조우 전 참모장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공개를 둘러싼 한·우크라이나 갈등에 우크라이나 전직 장교까지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공개 합의 위반에 대한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요구하자, 이 대통령을 향해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아조우여단 참모장을 지낸 보흐단 크로테비치 예비역 중령은 2일(현지시간) 엑스(X)에 영어로 “한국 대통령은 누구를 위협할 처지가 아니며, 특히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협할 처지는 더더욱 아니다”고 썼다.
그는 “기분 나쁘게 하려는 뜻은 아니지만 한국 대통령은 자신이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이 공격받는다면 우크라이나가 언젠가 한국의 몇 안 되는 ‘진짜 동맹’ 가운데 하나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크로테비치는 2022년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방어전에 참가했다.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같은 해 포로 교환으로 풀려났으며, 이후 아조우여단 참모장을 지냈다. 지난해 전역한 그의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 정부나 군의 공식 입장과 구분해야 한다.
포로 한국행보다 ‘비공개 합의’가 쟁점
이번 발언의 배경에는 북한군 포로 송환을 둘러싼 양국의 설명 차이가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보안을 요청해 송환 문제를 비공개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어겼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공개 합의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쟁점은 포로를 한국으로 보낸 행위 자체보다 공개 여부에 관한 약속이 있었는지, 이를 누가 어겼는지에 있다. 양측 설명이 충돌하면서 외교적 신뢰 문제로 번진 것이다.
이 대통령은 2일 엑스에서 우크라이나 측의 합의 부인을 비판하며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크로테비치는 이 같은 경고를 ‘위협’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다만 게시물에서 비공개 합의의 존재 여부를 뒷받침할 자료나 양국 협의 내용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합의 위반 논란에 답하기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진짜 동맹’ 주장하며 계엄까지 거론
크로테비치는 “위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동맹이 아니라 실제로 곁을 지켜줄 진정한 동맹을 갖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공격받을 경우 우크라이나가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관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이는 전직 장교가 제시한 조건부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한국에 군사적 지원을 약속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서류상 동맹’이 어느 나라를 가리키는지도 명시하지 않았다.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도 끌어들였다. 크로테비치는 “‘계엄’이라는 말 자체가 북한의 실제 군사행동이나 도발 가능성보다 한국인들을 더 두렵게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썼다. 이 역시 한국인의 위협 인식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를 제시한 발언은 아니다.
그는 2024년 10월에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한국을 향한 글을 올렸다. 당시에는 한글로 북한군 파병이 “분단을 영원히 끝낼 수 있는 대한민국의 기회”라고 주장해 한국어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전직 장교의 강경 발언과 별개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외교적 수습을 추진하고 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1일 한국을 중요한 국가로 언급하며 조속한 해결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과 시비하 장관은 우크라이나 측이 내놓을 메시지의 내용과 발표 방식 등을 협의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_v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