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장이 미군용 배터리 생산”…전기차 만들다 드론으로 갈아탄 사연 [밀리터리+]

송현서 기자
수정 2026-09-29 16:00
입력 2026-09-29 16:00
-미 언론 “미 국방부 지원금, 미국 내 한국 배터리 공장 생산라인 개조에 투입”
-‘중국산 부품 배제’ 미 정부의 기조에 맞춘 움직임
-미 국방 분야에서 커지는 한국 배터리 업체 역할
한국 기업이 미국에 소유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미군용 드론 배터리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 설비가 군용 드론 공급망으로 확대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스트리트인사이더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배터리 제조사 앰프리우스 테크놀로지스는 이달 미 국방부로부터 군용 드론 배터리 생산 라인 개조를 위한 정부 지원금 7500만 달러(한화 약 1020억원)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앰프리우스는 해당 자금을 활용해 미국에서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가 운영 중인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개조할 예정이다. 개조된 생산 라인에서는 앰프리우스의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셀을 생산하게 된다.
개조된 생산 라인에서 출하되는 배터리 셀은 소형 휴대용 드론부터 중형 전술 드론 등 미국 국방 기준 그룹 1, 그룹 2, 그룹 3 등급 무인 항공기에 우선 배정된다. 각각의 그룹은 드론의 크기와 중량, 비행 고도와 속도, 운용 특성 등을 기준으로 나눈 등급이다.
미 국방부와 앰프리우스, 현지 언론 등은 생산 라인을 개조해 미군용 드론 배터리를 제작하는 한국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앰프리어스는 현재 중국과 한국, 미국에 제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새로운 배터리 공장을 짓는 대신 이미 가동 중이거나 구축된 기존 전기차 배터리 설비를 개조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현재 군사 물자 부족을 겪고 있는 미국에게 ‘가장 빠른 선택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톰 스테피언 앰프리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국방부 지원금이 국방수권법 조달 기준을 충족하는 미국 내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앰프리우스는 해당 한국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아닌 ‘계약 생산 파트너십’을 맺고 생산 라인 변경을 통해 자사의 미군용 드론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사실상 한국 업체가 미군의 드론 배터리 공급망에 적극 개입하는 셈이다.
생산 라인 개조 작업은 2028년 초 완료될 예정이며 사업이 완료되면 해당 생산 라인에서 연간 약 1200만 개의 앰프리어스 배터리 셀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이번 사례는 전기차 수요 정체로 가동률 조정에 압박을 받아온 미국 내 한국 배터리 생산 거점이 미국의 방산 공급망으로 용도를 다변화해 새로운 생존 경로를 찾았다는 점에서 업계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 국방부가 군수품 생산 시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고 자국 내 생산을 더욱 확고하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의 미 군용 부품 생산은 한국 제조사의 설비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국 국방산업협회(NDIA)가 정리한 국방수권법 내용에 따르면 2028년부터 외국 우려기업(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이 제조했거나 해당 국가에서 조달한 배터리 소재가 들어간 배터리를 포함하는 신규 프로그램에 대한 조달 제한이 시작되며, 이후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스테피언 앰프리우스 CEO가 국방부의 지원금 7500만 달러가 ‘국방수권법 조달 기준을 충족하는’ 배터리 생산 거점 마련에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한 배경에도 중국산 부품 배제라는 미국 정부의 기조가 깔려 있다.
그는 “앰프리어스의 배터리 기술과 한국 제조 파트너의 미국 내 제조 역량을 결합해 고성능 파우치형 배터리의 표준화와 시장 도입을 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리트인사이더는 “이번 사업은 앰프리어스의 기존 위탁생산 관계를 확대하고, 주요 고객에게 NDAA 요건을 충족하는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앰프리우스와 협력하는 한국 업체명과 공장 위치, 양측의 상세한 투자 분담 비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또 전기차 생산 라인 일부를 드론용 배터리 셀 라인으로 전환할 때 기존 전기차 제조사와의 납품 계약이나 가동률에 미칠 영향도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미 국방 분야에서 커지는 한국 배터리 업체 역할한편 미국 국방부는 배터리를 국가안보에 필요한 핵심 산업 기반으로 보고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에 따르면 드론과 위성, 무인수상·잠수정, 통신·무기체계 등 다양한 방산 분야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중국이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미국 내에서 이에 따른 위기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올해 3월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주한 미국대사관이 참여하는 ‘한·미 방산 배터리 협력 세미나’를 개최하고 배터리 공급망 안보 강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양국이 드론·대드론 체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협정에 서명하고 소형 드론 배터리에 대한 공동 표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공급망 안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방산 배터리 분야의 주요 협력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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