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데스노트’ 도는 실리콘밸리…“유명인 다수 포함” 논란 [핫이슈]

송현서 기자
송현서 기자
수정 2026-09-28 09:10
입력 2026-09-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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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를 배경으로 서 있는 남녀. AI 생성 이미지
미국 실리콘밸리를 배경으로 서 있는 남녀. AI 생성 이미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00명이 넘는 성범죄 혐의자들의 이름이 적힌 ‘비공개 명단’이 돌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최근 IT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한 여성 신입사원은 “명단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중 몇몇은 아주 유명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며 “유명한 투자자나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사업가들이었다”고 말했다.

매체는 “실리콘밸리의 여러 관계자는 극비리에 관리되는 해당 명단이 이제 갓 IT 업계에 종사하기 시작한 여성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해당 명단에는 약물 투여와 성폭행, 강간 혐의가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있으며 최대 규모의 기술 및 인공지능(AI) 기업 종사자들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해당 문서에 자신의 사례를 추가했다는 20대 여성 A는 “내가 끔찍한 일을 겪은 뒤 다른 사람에게 말했고, 이후 해당 명단(문서)에 내 사례를 추가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나는 해당 문서를 작성하는 ‘네트워크’ 운영자 여성들을 만났다. 이들은 관련 사건이 수백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많은 여성은 IT 업계 엘리트들에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업계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고소하면 그 보복으로 막 시작한 커리어를 잃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어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는 일부 IT 업계 악덕 업자들이 고립되거나 취약한 사람들을 노려 조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며 “피해자들은 주로 어린 소녀들이거나 실리콘밸리에 막 입성해 이름을 알리고 싶은 여성들”이라고 덧붙였다.

A는 “내가 만약 정의 추구를 위해 나섰다가 패소하면 이 지역의 모든 IT 회사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해 우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명단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IT 공동체 내부에서 논란 이어져 온 성범죄이번 보도와 관련해 실제 폐쇄적인 IT 인맥 네트워크에서 제기돼 온 성폭력 문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AI 스타트업 ‘제트’(Zette) 창업자 주예홍은 2021년 샌프란시스코의 해커 하우스에서 친구로 알고 지내던 남성에게 강간과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의 평판을 우려하는 주변 반응과 신고를 만류하는 하우스 운영자의 태도 등을 경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도주한 뒤 체포되지 않은 상태다.

‘해커 하우스’는 기술 창업자와 개발자들이 함께 생활하며 투자·사업·구직 등으로 연결되는 공간인 만큼, 이곳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단순한 개인 간 범죄를 넘어 업계의 인맥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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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관련 행사에 참석한 AI 스타트업 ‘제트’(Zette) 창업자 주예홍(중앙)과 업계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들. 주예홍 인스타그램
IT 관련 행사에 참석한 AI 스타트업 ‘제트’(Zette) 창업자 주예홍(중앙)과 업계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들. 주예홍 인스타그램


주예홍의 사례는 이번에 논란이 된 ‘실리콘밸리 성범죄 혐의자 명단’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다만 샌프란시스코의 해커 하우스가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베이 지역의 기술·스타트업 생태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해당 공간에서 형성된 인맥이 투자와 사업, 구직 등 업계의 직업적 관계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재조명됐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지난 21일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확산한 이른바 ‘해커 하우스’는 공동주거 공간이 AI 업계의 인맥과 사업 기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네트워크로 성장한 반면 성희롱과 성폭력 의혹이 발생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IT 전문매체 퓨처리즘은 ‘해커 하우스’ 사례와 ‘실리콘밸리 성범죄 혐의자 명단’ 등을 언급하며 “해커 하우스는 ‘어두운 면을 가진 공간’”이라고 짚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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