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 빚, 원유로 갚으면 안 될까?”…이라크에 5650억 떼인 사연 [핫이슈]

송현서 기자
송현서 기자
수정 2026-09-22 18:30
입력 2026-09-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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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중거리 요격 체계인 천궁-Ⅱ(M-SAM2). AI 생성 이미지
한국산 중거리 요격 체계인 천궁-Ⅱ(M-SAM2). AI 생성 이미지


한국 방산·건설 기업들이 이라크 정부 등으로부터 1년 넘게 받지 못하고 있는 돈이 최소 56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이라크에서 1년 이상 받지 못한 장기 미수금은 건설 분야 약 3780억 원, 방산 분야 약 1870억 원 등 최소 5650억 원으로 파악됐다.

건설 분야 A기업은 이라크에서 신도시 건설 사업을 진행했지만 약 3780억원의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기업에 대한 미수금이 쌓이기 시작한 시기는 무려 5년여 전인 2020년쯤으로 알려졌다.

A기업은 현지 직원을 해고하는 등 사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철수 가능성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방산 분야에서도 미수금이 쌓이고 있다. B기업이 이라크에서 받지 못한 돈은 기지 건설, 군수지원, 헬기 관련 등 총 1억 3600만 달러(약 18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특사를 파견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지난 5월 ‘중동통’으로 꼽히는 문병준 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대리가 외교부 장관 특사 자격으로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 석유부 차관과 미수금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약 4개월 뒤 이라크 총선과 개각 과정에서 한국 측과 미수금 문제를 논의했던 당시 석유부 차관이 정부 지시로 체포되면서 ‘카운터 파트’가 사라지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라크 석유부 측에서는 “한국 건설사의 잔여 공사는 전부 기업 비용으로 직접 시공해 끝내라”라는 취지의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현금 대신 원유로 갚아도 될까?”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는 한국 기업들에 지급해야 하는 미수금을 원유로 대신 갚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앞서 이라크는 지난해 이란과의 에너지 수입 대금을 청산하기 위해 하루 최대 19만 배럴의 고유황 중유를 이란 측 지정 거래업체에 이전한 사례가 있다.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도 국제 석유기업에 현금 대신 원유를 지급하는 방식을 협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한국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기업이 원유로 대금을 받을 경우 운송 수단을 직접 마련하고 정제·저장한 후 이를 다시 현금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과 운송·비축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당장 미수금에 대한 뾰족한 해법도 없는 탓에 관련 기업들은 실제 원유로 대금을 받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라크, 천궁-II 초기 계약금 미지급”

한국과 관련한 이라크의 미수금 상황은 이라크의 안보와도 직결돼 있다.

앞서 이라크 국방부는 한국산 중거리 요격 체계인 천궁-II 8개 포대 공급과 관련해 2024년 9월 LIG D&A와 27억 8000만 달러(한화 약 4조 1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천궁-II의 이라크 인도가 연일 지연되자 현지에서는 대금 미지급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이라크 의회 안보·국방위원회 소속 디야르 무프티 의원은 지난 7월 말 쿠르드계 인터넷 언론사인 바스뉴스에 “이라크군이 올해 초 한국산 방공 미사일 시스템인 천궁-II를 인도받을 예정이었지만, 1차 선급금만 지급됐고 2차 중도금이 지급되지 않아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라크의 또 다른 정치인인 팔레 알카잘리 의원은 7월 초 현지 매체 샤파크 뉴스에 “자금 부족과 재정 지원 미비로 지난해까지 지급해야 할 대금이 밀리고 있다”며 “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천궁-II 물량이 다른 국가로 수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방공망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 소식을 다루는 암와즈 미디어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한국과의 계약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이라크 방공망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며 현재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 지역이 여전히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문가 조엘 윙은 매체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라크의 주요 해상 석유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이라크의 자금 조달 사업이 불투명해졌다”며 “정부 공무원 급여 지급이 최우선 과제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마도 이라크 정부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한국산 방공 시스템을 구매할 자금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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