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때 이라크 파병 잔혹사 재현되나’…범여권, 호르무즈 파병에 ‘초강수 반대’ [밀리터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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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수정 2026-09-04 20:22
입력 2026-09-04 20:22

미국 통상 압박 속 정부 ‘해상초계기·군수지원함’ 파병 카드 검토
범여권 “노무현 정부 이라크 파병 잔혹사 재현”…헌법 제5조 내세워 배수진
‘원유 수송로 확보’ 실리 외교 vs ‘불법 침략 전쟁 동조’ 명분론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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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강력한 압박과 통상 압박 암시 속에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 전력 파병안을 구체화하자, 여권 내부가 거센 폭풍우 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한국과 미국 안보·통상 협상의 수위를 높이려는 정부의 실리적 판단과 “대한민국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적 가치를 내세운 범여권의 초강수 반대론이 전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최신예 자산 파병안 구체화… 미국 압박에 딜레마 빠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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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9.4.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9.4. 연합뉴스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와 1만 1000t급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을 파병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비전투 자산을 통한 ‘실질적 군사적 기여’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국익을 챙기겠다는 셈법이다.

실제로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한반도 대비 태세에 손상이 없는 범위 내에서의 운신을 언급하며 파병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 속에서 안정적인 원유 수송로를 확보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과 함께 미국 측이 반도체 및 통상 이슈를 연계해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범여권 ‘헌법 제5조 1항’ 들고 직격… “비전투라도 본질은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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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4월 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빌딩에서 열린 심규탁 창원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창원 연합뉴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4월 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빌딩에서 열린 심규탁 창원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창원 연합뉴스


하지만 정치권, 특히 진보 진영과 범여권 내부의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소셜미디어(SNS)에 “대한민국 헌법 제5조 1항, ‘대한민국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는 문구를 게시하며 정부의 행보에 직접적인 경고장을 날렸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역시 “윤석열 정부조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놓고 파병하지는 않았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진보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 정당들도 일제히 참전 반대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이기헌 의원은 “비전투병 전력이라 한들 본질은 명백한 전쟁 참여”라며 “미국이 일으키고 수렁에 빠진 기약 없는 전쟁에 우리 군을 내몰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이라크 파병’ 잔혹사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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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병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24년 제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 리허설에서 전투기 호위 받으며 비행하는 해군 해상초계기(P-8A). 2026.9.4.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병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24년 제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 리허설에서 전투기 호위 받으며 비행하는 해군 해상초계기(P-8A). 2026.9.4. 연합뉴스


여권 내 이 같은 강경 분위기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 당시 당정이 극심한 분열을 겪었던 ‘트라우마’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여당 내부에서조차 파병 동의안을 두고 찬반 표가 팽팽하게 갈리며 진영 전체가 휘청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국회 상임위원회(국방위) 논의가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국회 동의 절차나 비준안 상정 카드를 만질 경우 여권발 정계 개편 수준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분과 실리의 기로… 국회 검증대 시험대 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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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 관련 일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4. 연합뉴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 관련 일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4.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번 호르무즈 파병 논란이 단순한 군사 자산 이동을 넘어 현 정부 외교안보 기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맹국의 압박 속에서 경제·안보적 실리를 취할 것인가, 아니면 평화 유지를 명시한 헌법적 가치와 진영 내 연대를 지켜낼 것인가의 선택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파병안을 확정하더라도 국회 비준 동의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는 만큼, 향후 정치권의 주도권 싸움과 헌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문경근 기자
세줄 요약
  • 호르무즈 해협 파병안 구체화, 정부의 실리 판단
  • 범여권 헌법 제5조 내세워 비전투도 참전 반대
  • 이라크 파병 트라우마 재현 우려, 국회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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