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경찰 조사 ‘특칙’ 만들고도…보호조치 이행 확인 장치 여전히 미흡[취중생]
박다운 기자
수정 2026-09-05 14:00
입력 2026-09-05 14:00
장애인계 “실효성 담보 안 된 반쪽짜리 제도”
전문가 “단순 훈령 넘어 전담 인력 전문성 키워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경찰이 발달장애인의 장애 특성과 의사소통 어려움을 고려해 조사 과정의 인권을 보호하는 ‘특칙’을 신설합니다. 전담경찰관이 조사를 맡고 신뢰관계인 동석 등 보호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런 보호조치가 실제 현장에서 이뤄졌는지를 사후적으로 확인 및 관리할 장치는 마련되지 않아 장애인계에서는 “형식적인 제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경찰청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 지난 2일 제출한 개정훈령안에 따르면 경찰은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에 ‘발달장애인 조사에 관한 특칙’을 신설했습니다.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됐으며 이달 중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특칙 신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입니다. 인권위는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발달장애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경찰에 발달장애인 조사규칙 제정과 전담 수사관 제도 점검을 권고했습니다. 전담 수사관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통계를 수집·분석해 정기적으로 공개하라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경찰은 이를 수용해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별도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특칙 제49조의2는 경찰관이 발달장애인의 장애 특성과 의사소통 어려움을 고려해 수사 과정에서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명시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수사 절차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의 역할도 명문화했습니다. 제49조의3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발달장애인법에 따라 지정된 전담경찰관이 발달장애인 조사를 맡도록 했습니다. 전담경찰관은 발달장애에 대한 전문지식과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방법 등에 관한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신뢰관계인 동석 등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과 권리 보호를 위한 조치도 규정에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단체에서는 특칙 신설을 환영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전담경찰관이 조사를 맡았는지, 신뢰관계인이 동석했는지, 의사소통 지원이 제공됐는지 등을 별도로 기록·관리하는 규정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호조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를 사후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장애인단체가 관련 기록을 요구하는 이유는 기존 인권보호 규정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존 훈령에도 장애인이 조사받을 때 신뢰관계인의 동석을 알리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실제 조사 과정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3월 전국 교정시설을 직권조사한 결과 발달장애인 127명 가운데 신뢰관계인의 조력을 받은 사람은 27명에 그쳤습니다. 단독으로 조사받은 발달장애인 가운데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6월 발달장애인 2명이 1500원 상당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가 특수절도 혐의로 송치된 사건에서도 이 가운데 1명이 전담 수사관에게 조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단체에서는 특칙이 시행되더라도 보호조치 이행 여부를 기록·관리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기존과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결국 훈령 이행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빠졌다”며 “시각·청각 장애인이나 통역이 필요한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조사 과정을 영상 녹화하지만, 발달장애인은 이번 개정에서도 명시되지 않아 ‘반쪽짜리’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호 규정이 현장에서 유명무실해지지 않으려면 전담경찰관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의 제도가 잘 작동하지 못한 건 훈령이 없어서가 아닌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의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훈령을 보다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을 넘어서 전담경찰관 육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다운 기자
세줄 요약
- 발달장애인 조사 특칙 신설, 전담경찰관·동석 규정 포함
- 보호조치 이행 기록·사후 확인 장치 미비 지적
- 장애인단체, 형식적 제도 우려와 보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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