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압력보다 ‘브랜드 신념’… 트럼프에 반기 든 기업들
이지 기자
수정 2026-09-04 01:03
입력 2026-09-04 01:03
가치관 벗어나면 공개 비판
파타고니아, 국립기념물 축소 반대대조적 행보로 반사이익 얻은 곳도
“일관성 지키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
빅테크 기업들조차 눈치를 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행태에 맞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해외 기업들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정치적 보복을 감수하고서라도 오랫동안 구축한 브랜드 정체성과 소비자 신뢰를 지키는 쪽으로 경영 방향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웃도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는 환경단체 및 원주민 단체들과 함께 미 유타주의 유명 바위협곡 지대인 베어스 이어스의 국립기념물 지정 면적 축소를 취소하라며 트럼프를 상대로 법정 싸움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보호구역 면적을 축소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는데, 이를 무효화하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트럼프 1기 때도 같은 조치에 소송을 내고 홈페이지에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다”는 문구를 내걸며 반대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중소 디지털 지도업체인 맵퀘스트는 미국·캐나다 국경지대에 자리한 호수 ‘온타리오호’ 명칭을 ‘아메리카호’로 바꾸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 중인 캐나다에 대한 보복 조치로 호수 이름 바꾸기에 나섰는데, 구글과 애플은 압박에 굴복해 미국 내 지도 서비스에 ‘아메리카호’를 표기하기 시작했다. 반면 이를 거부한 맵퀘스트는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에 오르는 등 반사이익을 얻었다.
트럼프 1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 폭력 사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글로벌 제약사 머크 등의 최고경영자(CEO)가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직에서 잇따라 사퇴하며 정치적 이슈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를 상징하는 상호관세가 대법원에서 무효화된 것도 중소기업들이 소송에 나섰기에 가능했다.
정치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기업들의 선택에 대해 전문가들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등 일관성을 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영상 이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가 뚜렷할수록 기업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행보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의 강한 지지가 나타난다”며 ‘신념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계의 화두가 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사례라는 분석도 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ESG 경영의 관점에서 기업이 구축해 온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굴복하며 얻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지 기자
세줄 요약
- 트럼프 압박에 맞선 기업들의 브랜드 신념
- 파타고니아 소송, 맵퀘스트 거부와 반사이익
- 일관성·ESG가 장기 경영 이익이라는 분석
2026-09-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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