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초래한 지구온난화 탓…네팔 국민, 대지진 때보다 더 분노”
정회하 기자
수정 2026-09-03 01:12
입력 2026-09-02 23:56
강대석 엄홍길재단 네팔지부장
“일부 고립 지역, 접근조차 못해SNS로 영상 공유해 충격 커져”
“11년 전 대지진 때와 달리 지구온난화가 네팔의 대홍수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네팔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강대석(59) 엄홍길휴먼재단 네팔지부장은 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홍수가 특히 저지대 농민 등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할퀴면서 시민들의 낙담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네팔 사회가 구조적 갈등이라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선진국들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부작용을 탄소배출량이 가장 적은 축에 속하는 네팔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인식이 네팔 시민사회에도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 지부장은 2012년부터 2022년 사이 주네팔한국대사관에서 서기관·참사관 등을 지낸 전직 외교관이다. 은퇴 후 평소 후원하던 엄홍길휴먼재단의 네팔지부장이 되어 지난달 18일 마음의 고향인 네팔을 다시 찾았는데, 하필 일주일 만에 대홍수가 네팔을 덮쳤다. 현재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각종 구호·지원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카트만두는 피해가 집중된 라수와 지역과 차로 약 3시간 거리지만, 트리부반 대학 병원 등 의료 시설은 실종자 가족의 통곡 소리로 일주일째 뒤덮여 있다.
그는 2015년 8900여명이 숨진 네팔 대지진 당시 현지에서 일주일가량 노숙하며 재해의 참상을 몸소 겪었다. 하지만 이번 홍수의 심각성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강 지부장은 “밀려오는 시신을 수습할 가방과 안치 공간이 모두 부족한 데다, 일부 고립 지역은 접근조차 불가능해 물자 공급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지진 때는 구호를 위해 피해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이번 홍수로 고립된 지역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 피해 회복 자체가 난망이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각종 구조·시신 수습 영상이 실시간 공유되는 현상 역시 11년 전 재난 때와 달라진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통신망이 완전히 끊겼던 대지진 때와 달리 지금은 통신이 일부 이뤄지고 있다”며 “홍수가 주거지를 강타하거나 시신을 건져 올리는 장면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대중의 충격도 그만큼 커졌다”고 우려했다. 강 지부장은 이번 홍수로 시험대 위에 놓인 네팔 지도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장기적 과제라고도 했다. 그는 “당장 시신을 수습할 물자, 위생용품 등 부족한 요소를 보충해야 한다”면서 “행정 당국이 재난 지원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국민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회하 기자
세줄 요약
- 대홍수 피해, 대지진보다 큰 분노와 좌절 확산
- 선진국발 온난화 책임, 네팔이 피해 떠안는 인식
- 고립 지역 접근 불가, 시신 수습과 지원 난항
2026-09-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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