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에서 ‘위기 관리’로… ‘북핵 패러다임’이 흔들린다 [밀리터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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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수정 2026-09-02 23:00
입력 2026-09-02 23:00
세줄 요약
  • 비핵화 원칙 흔들림, 위기관리론 부상
  • 북러 밀착과 핵·미사일 고도화 배경
  • 핫라인·군축 협상 등 현실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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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작업. 서울신문 DB
2018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작업. 서울신문 DB


오랜 기간 한미 양국 대북 외교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틀이 거센 도전과 균열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와 북러 밀착이 한층 심화하면서 워싱턴과 도쿄 등 국제사회에서는 이상주의적 비핵화론 대신 실질적인 위험을 줄이는 ‘위기관리’ 및 ‘군축 협상’ 중심의 현상 유지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핵화 포기는 현실”… 현실론으로 선회하는 전문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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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연합뉴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연합뉴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는 미·일의 주요 외교·안보통들이 서 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최근 일본 언론과의 대담에서 북한과의 핫라인 개설 등 ‘북핵 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비핵화를 장기적 목표로 남겨두더라도, 우선은 핵물질 생산 중단·미사일 배치 제한·핵실험 금지 등을 고리로 한 현실적 군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히라이와 슌지 일본 난잔대 교수 역시 “북한이 첫 핵실험을 감행한 2006년 이후 사실상 북핵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며 “비핵화만 고집하며 상태를 방치하는 것이 위기를 키우는 가장 위험한 길”이라고 경고했다.

백악관의 유화 메시지와 킬체인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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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2019.7.1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2019.7.1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워싱턴의 분위기 변화는 정부 차원에서도 읽힌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제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재확인하면서 과거와 달리 공식 발언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비율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자, 북핵을 실질적으로 용인하는 단계로 접어드는 앞 단계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일각에서는 한국군의 선제타격 체계인 ‘킬체인’(Kill Chain) 중단론까지 언급되는 등 기존의 우위 점령식 억제 전술을 내려놓고 우발적 충돌을 막을 소통 채널(핫라인)을 여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러 밀착’이라는 변수와 동맹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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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인공지능 도구로 생성한 자료. 서울신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인공지능 도구로 생성한 자료. 서울신문


이런 관리론 대두의 가장 큰 원인은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강화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착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짚었듯이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선 파병 등을 통해 실전 경험과 드론전 능력을 축적하며 위협의 질을 바꿨다. 한미일 동맹이 이들의 밀착을 저지할 유효한 카드를 내놓지 못하는 사이 북한의 몸값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과의 군축 협상에 나설 경우 발생할 ‘동맹의 딜레마’다. 미국이 자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규제에만 집중하고 단·중거리 미사일이나 이미 보유한 핵탄두를 용인할 경우 한국과 일본은 직접적인 북핵 인질로 남게 될 우려가 크다.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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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산포럼에 참석해 “단순히 무기체계를 거래하는 현재의 방산 협력을 넘어 무기체계를 함께 연구하고, 함께 생산하며, 함께 운용하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으로 격상하자”고 제안했다. 사진은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만든 자료사진. 서울신문
튀르키예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산포럼에 참석해 “단순히 무기체계를 거래하는 현재의 방산 협력을 넘어 무기체계를 함께 연구하고, 함께 생산하며, 함께 운용하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으로 격상하자”고 제안했다. 사진은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만든 자료사진. 서울신문


‘비핵화’라는 명분에서 ‘위기관리’라는 실리로 북핵 전략의 축이 이동하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안보 환경이 그만큼 악화했음을 증명한다.

미북 간의 직접 대화 재개와 위기관리 체계 구축은 우발적 전쟁 가능성을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동시에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공인해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미일 3국 방위 협력을 더욱 공고히 유지하는 한편, 미국이 미북 협상 과정에서 동맹의 안보를 희생시키지 않도록 한국과 일본의 전략적 목소리를 더욱 배가해야 하는 결정적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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