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람의 글, AI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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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수정 2026-09-01 04:11
입력 2026-09-0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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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밤하늘을 읽는 일과 닮았다. 첫 문장이 북극성처럼 중심을 잘 잡아야 글이 풀린다. 핵심 표현을 빛내려고 나머지의 명도를 일부러 낮추기도 한다. 비판할 때는 상대가 빠져나갈 웜홀을 슬쩍 열어 두는 것이 예의인데, 기사글에서는 이를 반론이라고 부른다.

생성형 AI가 별자리 그리는 수고를 덜어 주면서 이물질도 끼어들었다. ‘단순히 공간을 넘어선 경험’, ‘단순히 기술이 아닌 철학’ 같은 AI 어투들이다. AI 스타트업 페블러스에 따르면 ‘A가 아니라 B’ 패턴은 AI 산문에서 1000자당 5.8회, 사람 글에서는 0.6회로 9.2배 차이가 났다. 이 밖에 ‘심오한’, ‘본질적인’ 등의 부담스러운 형용사나 ‘패러다임’, ‘메커니즘’처럼 거창한 명사를 즐겨 쓰는 것도 AI 글 특유의 어투다.



AI는 표현에 취해 내용을 왜곡하기도 한다. ‘단순히’라며 넘긴 게 실은 가장 중요한 문제일 때가 잦고, ‘본질적’이라 강조한 내용이 군더더기인 경우도 많다. 명도 조절 없이 모든 별을 같은 밝기로 켜 놓으면 밤하늘은 아무것도 보여 주지 못한다. 그래서 별의 밝기를 맞추는 사람의 몫은 쉬이 대체되지 않을 듯하다.

홍희경 논설위원
2026-09-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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