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째 빼앗긴 삶…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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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6-09-01 00:50
입력 2026-09-01 00:50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모든 것을 잃고 궁지에 놓인 ‘문재’
치밀한 계획으로 인생 훔쳐낸 들쥐
1인 2역 류준열, 혼란스러운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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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쥐가 사람 손톱을 먹고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그 사람 행세를 한다는 내용의 전래동화 ‘손톱 먹은 들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스틸컷. 은둔하는 소설가 문재(사진)는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들쥐를 만나면서 위기에 처한다. 배우 류준열이 문재와 들쥐 1인 2역을 연기하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캐릭터를 보여 준다. 넷플릭스 제공
들쥐가 사람 손톱을 먹고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그 사람 행세를 한다는 내용의 전래동화 ‘손톱 먹은 들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스틸컷. 은둔하는 소설가 문재(사진)는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들쥐를 만나면서 위기에 처한다. 배우 류준열이 문재와 들쥐 1인 2역을 연기하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캐릭터를 보여 준다.
넷플릭스 제공


게으른 도령이 살고 있었다. 그는 손톱을 깎은 뒤 잘 치우지도 않고 아무 데나 버리곤 했다. 들쥐가 도령의 손톱을 주워 먹고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하더니, 급기야 도령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진짜 도령은 들쥐로 변해버렸다.

28일 공개된 김홍선 감독의 넷플릭스 10부작 시리즈 ‘들쥐’는 의문의 남성에게 자신의 삶을 빼앗긴 소설가 문재(류준열)의 고군분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전래동화 ‘손톱 먹은 들쥐’를 모티브로 그린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이야기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문재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으면서 시작한다. 문재는 친구와 함께 사채업자인 노자(설경구)의 돈을 가로챈 뒤 3년째 숨어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멀쩡하던 휴대폰 지문 인식이 되지 않아 은행에서 돈을 찾지 못하게 되고, 거주하던 집마저 자신도 모르게 팔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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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쥐가 사람 손톱을 먹고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그 사람 행세를 한다는 내용의 전래동화 ‘손톱 먹은 들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스틸컷. 은둔하는 소설가 문재는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들쥐(사진)를 만나면서 위기에 처한다. 배우 류준열이 문재와 들쥐 1인 2역을 연기하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캐릭터를 보여 준다. 넷플릭스 제공
들쥐가 사람 손톱을 먹고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그 사람 행세를 한다는 내용의 전래동화 ‘손톱 먹은 들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스틸컷. 은둔하는 소설가 문재는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들쥐(사진)를 만나면서 위기에 처한다. 배우 류준열이 문재와 들쥐 1인 2역을 연기하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캐릭터를 보여 준다.
넷플릭스 제공


문재는 친구가 자신을 속인 것으로 의심하고 추적에 나섰다가, 이 일을 꾸민 게 ‘들쥐’라 불리는 남성임을 알게 된다. 문재는 들쥐와 맞닥뜨리는데, 놀랍게도 자신과 얼굴이 똑같았다. 들쥐는 문재를 위기에 빠뜨리고, 그 틈을 타 자신이 문재인 것마냥 행세한다. 문재는 자신이 진짜 문재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들쥐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전래동화에서 들쥐가 손톱을 먹고 변신하듯, 이야기에서는 ‘신분세탁’ 조직이 등장한다. 노숙자나 사채 빚이 있는 이들을 죽이고 그 신분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긴다. 예전처럼 개인정보를 서류에 수기로 적지 않고 전산화한 터라 오히려 속이기 쉽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 여기에 성형수술까지 해버리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이야기 초반부 문재와 들쥐의 추격전이 비슷하게 반복되지만, 중반부에 자신의 돈을 찾기 위해 문재와 손잡은 노자, 그들의 뒤를 쫓는 형사 순용(이규형)까지 들쥐의 덫에 휘말리며 궁금증을 키운다. 얼핏 문재와 들쥐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사실 노자와 순용까지 이번 일에 연결돼 있었던 것. 중간중간 이들의 회상 장면 등을 넣어 서사에 풍부함을 더했다.

‘탄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보이스’ 등으로 장르물에서 두각을 보인 김 감독은 문재가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설정을 영리하게 연출해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들쥐는 오히려 문재에게 “네가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한다. 문재는 애써 과거를 돌이켜보지만, 몽롱한 기억 파편들만 떠오를 뿐이다. 문재를 따라가던 시청자들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배우 류준열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궁지에 놓인 문재, 문재의 모든 것을 차지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냉철한 들쥐까지 1인 2역을 맡았다. 외모는 똑같지만 정반대 성격의 두 남자가 겹치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고 극을 이끈다.

‘내가 ‘나’인 것을 남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달려가던 이야기는 후반부에 “다른 사람이 너를 증명하는 것”이라는 노자의 말로 귀결된다. 문재는 과연 전래동화 주인공처럼 들쥐를 물리치고 다른 사람들한테서 자신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김기중 기자
세줄 요약
  • 전래동화 모티브의 신분 탈취 미스터리 전개
  • 문재와 똑같은 얼굴의 들쥐 등장과 추적전
  • 류준열 1인 2역, 정체성 혼란과 긴장감 강화
2026-09-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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