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관 인선 파행, 권한 다툼 아닌 헌법 존중으로 풀어야
수정 2026-08-30 23:48
입력 2026-08-30 21:16
연합뉴스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인선 파행이 길어질 우려가 커졌다. 청와대는 대통령과의 실질적 협의가 없었다며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대법원은 제청권이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어느 한 기관이 인사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나눠 놓은 것이다. 제청권은 사법부 독립을,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은 민주적 통제를 뒷받침한다. 서로의 헌법적 역할을 인정하며 인선이 이뤄지도록 한 장치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힘겨루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임명권이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인선 과정에서 충분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역시 제청권을 단순한 후보 추천 절차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손 후보자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고 대법원과 해법을 찾는 것이 먼저다.
정치권의 확전도 자제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게 법사위 출석을 요구한 데 이어 기존 추천위 후보 중에서 재제청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불출석 사유서 제출에는 국정감사 증인 채택과 고발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과거 야당일 때 제청권을 강조하다 여당이 되자 임명권을 앞세우는 식의 말바꾸기도 헌법 문제를 정파적으로 만든다는 불신만 키운다.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권한의 우열을 가릴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를 돌아봐야 한다. 삼권분립은 헌법기관끼리 벽을 쌓으라는 원칙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헌법 정신에 따라 조정하고 해법을 찾는 일이다.
2026-08-3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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