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창] 첨단기술 수출길 넓히는 관세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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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8-25 01:19
입력 2026-08-24 23:55
250년 전 ‘국부론’을 펴낸 애덤 스미스는 노동 생산성 향상이 국가 번영의 중요한 원천이라고 봤다. 그는 “작업이 세분되고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성과가 사회 전체의 풍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스미스가 강조한 생산성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오늘날에는 첨단기술이 생산성과 혁신을 좌우하는 핵심 수단이 됐고, 이를 선점해 산업으로 키워 내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전략산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다른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지만 전력·용수 등 대규모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정부가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각 권역의 강점을 살린 성장엔진을 육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산업 기반을 갖추는 것만으로 첨단산업의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원재료가 제때 들어오고 완성품이 지체 없이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 성능 좋은 자동차도 막힌 도로에서는 제때 목적지에 닿기 어렵듯 원재료 반입과 생산, 수출 중 어느 하나라도 지체되면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온전히 발휘되기 어렵다. 초격차 경쟁에서는 통관에 걸리는 하루, 생산이 지연되는 한 시간도 큰 비용이다. 원재료 반입부터 완성품 수출까지 물품의 흐름을 막힘없이 이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첨단전략산업을 뒷받침하는 관세행정의 역할이다.

그 역할의 핵심에 보세가공 제도가 있다. 외국 원재료를 관세 납부와 수입통관 절차 없이 들여와 제조·가공한 뒤 수출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고 생산과 수출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준다. 실제 반도체·조선·바이오 산업의 전체 수출액 중 보세가공 제도를 활용한 비중은 95%에 이른다. 보세가공 제도가 첨단·주력산업의 생산 현장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반인 셈이다.

관세청은 지난 4월 ‘첨단전략산업 수출 플러스 전략’을 마련해 보세가공 관련 규제를 과감히 걷어냈다. 첨단기술 연구개발 장소를 보세공장으로 허용해 연구용 외국 원재료를 별도의 통관 절차 없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외국 항공기와 수천 개의 부품도 한 번의 포괄 승인으로 반입하도록 해 B777 여객기의 국내 첫 화물기 개조 사업을 뒷받침했다. 또 과세 방식 선택 기간을 늘리고, 야간·공휴일에는 외국 원재료를 먼저 사용한 뒤 신고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업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12개 규제혁신 과제를 완료했다.

지원 체계도 ‘5극 3특’에 발맞춰 지역 중심으로 정비했다. 지난 6월 평택세관에 ‘첨단전략산업 원스톱 관세행정 지원팀’을 신설하고 전국 7개 거점 세관에 지원 조직을 마련했다. 이들 조직은 서남권과 평택·용인, 대경권 첨단산업 클러스터의 종합보세구역 지정을 뒷받침한다.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되면 공장 건설 단계부터 외국산 기계·설비를 과세보류 상태로 설치할 수 있다. 완공 후에는 외국 원재료 과세를 보류한 채 제조·가공에 투입할 수 있다.

스미스는 스코틀랜드 세관위원으로서 관세행정에 몸담았다. 국부론이 나온 지 250년이 지난 지금, 관세행정의 과제는 첨단기술과 투자가 수출로 이어지는 길을 넓히는 일이다. 관세청은 첨단산업 제조시설이 첫 삽을 뜨는 순간부터 완성된 제품이 세계시장으로 나갈 때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겠다. ‘5극 3특’ 각 권역에서 시작한 혁신이 대한민국의 생산 역량으로, 그 힘이 다시 새로운 국부로 이어지도록 그 길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



이종욱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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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관세청장
이종욱 관세청장
2026-08-2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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