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산불에 파묘된 세계대전 불발탄…“폭탄 터질라” 소방관·주민들 공포 [글로벌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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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수정 2026-08-25 15:50
입력 2026-08-25 15:50
세줄 요약
  • 유럽 산불·가뭄, 세계대전 불발탄 재노출
  • 프랑스·독일 등 산불 현장 폭발음·지뢰 발견
  • 강 수위 하락으로 나치 군함·무기까지 노출
산불 현장서 수십년전 폭탄·지뢰 발견
“폭발음 100번 넘게 들려…전쟁난줄”
“기후변화로 불발탄 활성화돼”
가뭄에 강 수면 위 나치군함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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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GIUM-ENVIRONMENT-CLIMATE-WEATHER-WILDIFRE 산불로 초토화된 벨기에 오트 파뉴 자연공원의 모습. AFP 연합뉴스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과 가뭄으로 수십 년간 숲과 강 아래 잠들어 있던 전쟁의 상흔이 드러나며 현지인들에게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서유럽의 대규모 산불 현장에서 오랜 세월 매설돼 있던 1·2차 세계대전 당시의 폭탄과 지뢰 등이 대거 발견되고 있다. 프랑스,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산불의 극심한 열기로 인해 불발탄이 스스로 폭발하는 사례가 잇따라 신고되며 진화 작업에 나선 구조 당국과 주민들을 위협했다.

과거 세계대전 당시 격전지였던 현장은 산불로 인한 불발탄 폭발 우려가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독일군과 연합군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네덜란드 림뷔르흐주 인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발물 처리반이 현장에 급파됐다고 전했다.

이달 초 프랑스 남부 르포르주에서는 산불 현장에서 400여 발의 불발탄과 탄약이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마르시알 자니네티 르포르주 시장은 “당시 산불 발생 이틀째 밤에 폭발음이 100번 넘게 들렸는데 마치 전쟁이 다시 난 것 같았다”며 “시 관할 구역 내에 불발탄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유럽 곳곳에 세계대전 당시 불발탄과 지뢰 등이 매설돼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대형 산불로 인한 불발탄 위협은 통제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점에서 유럽에서는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요나스 테페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대변인은 “주변 열기만으로도 폭발할 수 있는 불발탄은 산불 발생 시 더욱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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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BIA-CLIMATE-WEATHER-HEATWAVE-DROUGHT-WWII
SERBIA-CLIMATE-WEATHER-HEATWAVE-DROUGHT-WWII 다뉴브강에 모습을 드러낸 나치 독일 군함. AFP 연합뉴스


기록적인 가뭄도 지난 세기 전 유럽을 휩쓸었던 전쟁의 기억을 강제 소환하고 있다. 폭염으로 독일 라인강과 헝가리 다뉴브강 등의 수위가 급격히 내려가면서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군함과 무기 등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수위가 낮아진 세르비아 항구도시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 수면 위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나치 독일 군함 20여척의 잔해가 드러나며 화제가 됐다. 외신에 따르면 이들 군함은 소련군의 진격에 밀려 후퇴하던 나치 독일군이 다뉴브강 상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고의로 폭파해 침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좌초한 군함에 여전히 폭발물과 탄약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 자칫 대형 폭발 사고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뉴브강이 관통하는 또 다른 도시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낮아진 수면 위로 불발탄이 발견되며 인근 다리가 폐쇄되기도 했다.



최근 유럽·북미 등의 대형 산불은 기후위기에 따른 기록적인 폭염으로 토양 수분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가 결과적으로 전쟁의 흔적까지 다시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한다. 사라 은제리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연구원은 “과거에는 안정적인 기온과 예측 가능한 강우량으로 땅 밑에 묻혀 있던 불발탄이 비활성화 상태로 안전하게 남아 있었지만, 급격한 기후변화가 이를 다시 활성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조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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