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부의 아찔한 과거 고백… 있는 그대로 결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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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훈 기자
수정 2026-08-23 23:23
입력 2026-08-23 23:23

영화 ‘더 드라마’ 새달 9일 개봉

학창시절 총기난사 계획에 큰 충격
거짓 관계, 다른 거짓으로 봉합될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블랙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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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9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더 드라마’에서 주인공 찰리(왼쪽·로버트 패틴슨 분)가 엠마(젠데이아 분)에게 귓속말로 속마음을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찰리는 엠마가 사격연습을 하다 생긴 장애 때문에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워터홀컴퍼니 제공
다음달 9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더 드라마’에서 주인공 찰리(왼쪽·로버트 패틴슨 분)가 엠마(젠데이아 분)에게 귓속말로 속마음을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찰리는 엠마가 사격연습을 하다 생긴 장애 때문에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워터홀컴퍼니 제공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연인이 있다. 결혼식 뒤에는 미국식 간이식당인 다이너에서 햄버거를 먹자고 약속한다. 그러나 용서할 수 있을지조차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과거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다음달 9일 국내 개봉하는 ‘더 드라마’(감독 크리스토퍼 보글리)는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엠마(젠데이아 분)와 찰리(로버트 패틴슨 분)가 맞닥뜨린 진실과 의심을 그린 로맨스 블랙코미디다. 친구 부부와의 식사 자리에서 시작된 ‘진실게임’은 두 사람이 애써 쌓아 온 믿음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엠마는 학창 시절 총기 난사를 계획했고, 실행 직전까지 갔다가 멈췄다고 털어놓는다. 한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된 것도 당시 아버지의 총으로 사격 연습을 하다 생긴 일이다.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예비 신부의 모습과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거에 찰리는 충격을 받는다.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예비신랑을 더 깊은 혼란으로 밀어 넣는다. 끝내 용서할 수 없는 죄악도, 아무 일도 없었던 과거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놓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고백 이후 달라진 찰리의 시선을 따라간다. 엠마의 평범한 말과 행동도, 두 사람이 함께했던 사소한 기억도 예전과 같지 않다. 찰리는 그 안에서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징후를 찾으려 한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타인이 순식간에 낯선 사람이 되는 순간, 사랑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가 된다.

보글리 감독은 찰리의 불안을 일상의 어긋남 속에 심어 놓는다. 웨딩 촬영 리허설 때 촬영 업체 관계자가 ‘촬영’을 뜻하는 영어 단어 ‘슈팅’(shooting)을 꺼내자 찰리는 움찔하고, 사진기 셔터 소리에도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총기 난사라는 비극적 맥락과 결혼 준비라는 일상의 언어가 충돌하면서 불편한 웃음이 나온다. 감독은 불안을 단순한 공포나 농담으로 처리하지 않고, 의심이 한 사람의 감각과 일상까지 잠식하는 과정을 블랙코미디의 리듬으로 담아낸다.

엠마의 고백은 친구 레이첼(알라나 하임 분)과의 관계도 파국으로 몰아간다. 찰리는 레이첼을 결혼식에 다시 초대하기 위해 찾아가지만, 화해를 위한 대화는 또 다른 오해를 낳는다. 흑인인 남편이 총기 폭력에 노출된 삶을 살았을 것이라 짐작하는 레이첼의 말. 이는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명분 아래 작동하는 인종적 고정관념을 드러낸다. 남편은 이를 바로잡으며 반발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잘 안다고 믿지만, 정작 우리 모두 타인의 삶과 두려움을 제멋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영화의 시선이 드러난다.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진실을 말하면 관계는 회복된다’는 공식 혹은 오래된 상식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찰리가 엠마에게 처음 다가갈 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에는 작은 거짓말과 즉흥적인 상황극이 있었다. 이후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이 관계를 뒤흔든 뒤에도,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찰리가 레이첼 부부에게 엠마의 사연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거짓말은 기만보다 상대를 함부로 규정하지 않으려는 이해의 틈을 만든다. 거짓으로 시작한 관계가 또 다른 거짓으로 봉합될 수 있냐는 역설이 영화의 가장 묵직한 질문이다.

국내 배급에 참여한 테오(TEO)의 김태호 PD는 지난 21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일상에서 대화하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유기체’ 같은 콘텐츠가 되길 바란다”며 ‘더 드라마’를 배급 첫 작품으로 택한 이유를 밝혔다.

김임훈 기자
세줄 요약
  • 결혼 앞둔 연인, 학창시절 총기난사 계획 고백
  • 진실 이후 흔들리는 믿음과 의심의 관계 전개
  • 일상 언어와 웃음으로 불안 키우는 블랙코미디
2026-08-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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