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방치한 ‘조롱 응원’… 체계적 인권교육은 없었다

손지연 기자
수정 2026-07-06 00:22
입력 2026-07-06 00:22
처벌만으로는 응원 문화 못 바꿔
배재고 야구부 선수·감독·학부모오늘 광주일고 찾아가 사과 예정
학생선수 인권교육 폭력 예방 중심
외국은 지도자가 차별금지 가르쳐
경찰, 광주일고 폭파물 협박 수사
뉴시스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응원’ 논란을 계기로 학생선수 처벌을 넘어 어른들의 역할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와 지도자, 학부모, 협회가 혐오 및 비하 표현을 막을 구체적인 교육과 행동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5일 야구선수 학부모들이 모인 회원 4만 4000여명 규모의 온라인 카페에는 배재고 사태 이후 학생선수 징계와 어른들의 책임을 둘러싼 글이 잇따랐다. 지난 1일 올라온 글은 나흘 만에 조회수 3000회를 넘기기도 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광주일고와의 경기 중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조롱성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한 작성자는 이번 일을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조롱한 명백하고 엄중한 잘못”이라고 꼬집으면서도 “배재고 한 팀의 일탈이라기보다 승리 지상주의에 매몰돼 온 엘리트 야구계 전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밝혔다.
징계를 둘러싼 시각도 엇갈린다. 조롱 응원이 5·18 민주화 운동 비하로 이어진 만큼 엄정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가담 정도를 따지지 않은 단체 징계가 고3 선수들의 진학 기회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앞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 중징계를 의결했다.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과 지도자, 학부모 등은 6일 광주일고를 찾아 직접 사과할 예정이다. 사과 후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민주화운동 교육도 받을 계획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 학교의 용서가 이뤄질 경우 협회의 징계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같은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학생선수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경기장 응원 문화를 바로잡을 교육과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학생선수 대상 인권교육은 폭력 및 성폭력 예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경기 중 상대팀을 조롱하거나 지역·성별·외모·장애·출신지 등을 비하하는 표현에 대한 구체적 지도는 부족한 실정이다. 유럽평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청소년스포츠협회는 지도자들이 청소년 선수에게 민주적 가치와 차별금지를 가르치도록 교육하고 있다. 김창우 운동선수학부모연대 회장은 “체육 현장을 잘 아는 학부모들이 교육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본질적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의 혐오 표현을 자성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온라인상 혐오 문화를 학교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온라인 문화를 스스로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광주일고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글이 올라와 경찰과 소방이 수색 작업을 벌였다.
손지연 기자
세줄 요약
- 배재고 조롱 응원 논란, 학생선수 징계와 책임 공방
- 선수·감독·학부모, 광주일고 찾아 사과 예정
- 인권교육 부재 지적, 차별금지 교육 필요 제기
2026-07-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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