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 1000억 달러 신기록에도 더 짙어지는 경제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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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7-02 01:24
입력 2026-07-02 00:32

반도체 특수에 성장률 상향 전망도
내수 회복 이끌 체질 개선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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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6월 수출이 사상 최초로 1천억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주력인 반도체가 400억달러 이상을 웃도는 실적으로 전체 수출을 견인한 가운데 무역수지 흑자 역시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돌파하며 양과 질 모두에서 괄목할만한 성적표를 거뒀다. 사진은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의 6월 수출이 사상 최초로 1천억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주력인 반도체가 400억달러 이상을 웃도는 실적으로 전체 수출을 견인한 가운데 무역수지 흑자 역시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돌파하며 양과 질 모두에서 괄목할만한 성적표를 거뒀다. 사진은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 수출이 월간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6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70.9%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무역수지도 처음 300억 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 3월 사상 첫 800억 달러 고지를 밟은 지 석 달 만이다.

인공지능(AI) 특수를 맞은 반도체가 4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일부 해외 기관들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4%대까지 높여 잡는 것도 이런 수출 호조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한국 수출 경쟁력의 저력을 보여 준 반가운 성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화려한 거시 지표에 취해 우리 경제가 완연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낙관하기는 이르다. AI발 수요가 전기기기·비철금속·철강 등으로 퍼지며 20개 주력 품목 중 18개가 수출 증가세를 보였지만, 정작 바닥 경기와 중소기업 체감 온도는 여전히 서늘하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국내 상장사 4곳 중 1곳에 달한다. 수출 호조의 이면에 기업 현장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다.

골목상권과 내수 현장의 위기도 깊다. 지난해에만 100만 곳에 육박하는 사업체가 문을 닫았고, 소상공인이 집중된 주요 업종의 폐업률은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단기 폐업을 넘어 3년 이상, 10년 이상 버틴 사업체들의 폐업 비중까지 늘어난 것은 내수 침체가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폐업자 상당수는 수천만 원의 빚을 떠안고 가게 문을 닫았다. 이달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경기전망지수(BSI)가 동반 하락한 것 역시 현장의 냉기류를 보여 준다.

그렇다고 수출 신기록의 가치를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례적인 수출 호황기야말로 다음 충격에 대비해 경제 체질을 고칠 기회다. 여건이 좋을 때 구조개혁을 미루면 불황이 닥쳤을 때 버텨낼 힘은 더 약해진다. 수출 성과가 투자와 고용,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정책의 연결고리를 정교하게 짜야 한다.



추가경정예산 같은 단기 재정 처방만으로는 내수 부진을 해결할 수 없다. 반도체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전력·용수 인프라 지원과 함께 규제 완화, 고비용 구조 개선, 한계기업의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는 실효성 있는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수출 호조와 내수 부진의 괴리를 좁히고, 호황의 온기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2026-07-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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