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전투기라더니”…F-22 수출 막은 미국, 후회하는 이유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6-16 21:57
입력 2026-06-16 21:57

수출 금지로 생산 축소·비용 상승…F-35는 동맹 생산망으로 반대 길 선택

이미지 확대
미 공군 F-22 랩터가 2021년 9월 11일 미국 뉴햄프셔주 피스 공군주방위군기지에서 열린 ‘선더 오버 뉴햄프셔’ 에어쇼에서 기동 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미 공군 F-22 랩터가 2021년 9월 11일 미국 뉴햄프셔주 피스 공군주방위군기지에서 열린 ‘선더 오버 뉴햄프셔’ 에어쇼에서 기동 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세계 최강 제공전투기로 꼽히는 F-22 랩터를 동맹국에도 팔지 않은 미국의 선택이 뒤늦게 전략적 부담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기술 유출을 막으려던 결정은 미국의 독점 운용을 가능하게 했지만, 생산 축소와 비용 상승이라는 후폭풍도 남겼다.

12일(현지시간) 항공 전문 매체 심플플라잉은 미국이 F-22 수출을 금지한 결정이 결과적으로 랩터 프로그램의 비용 구조를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F-22는 냉전 말기 소련 전투기를 압도하기 위해 개발된 5세대 스텔스 제공전투기다.

미국은 당초 F-22를 750대 생산하려 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고 대규모 제공전투기 수요가 줄면서 계획은 축소됐다. 여기에 수출 금지까지 겹치자 생산 물량을 늘릴 외부 수요도 사라졌다. 최종 운용 규모는 187대 수준에 그쳤다.

이미지 확대
미 공군 F-22 랩터가 2023년 클리블랜드 에어쇼에서 플레어를 발사하며 기동 비행을 하고 있다. 출처=F-22 랩터 데모 팀 유튜브
미 공군 F-22 랩터가 2023년 클리블랜드 에어쇼에서 플레어를 발사하며 기동 비행을 하고 있다. 출처=F-22 랩터 데모 팀 유튜브


F-22는 여전히 압도적인 공중전 능력을 갖춘 기체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숫자가 너무 적다. 미 공군은 한정된 기체를 주요 임무에만 투입해야 한다. 생산량이 적은 만큼 부품 공급망도 좁아졌고 정비 부담도 커졌다.

동맹에도 닫힌 전투기
이미지 확대
미 공군 F-22 랩터가 2021년 8월 8일 캐나다 애버츠퍼드 국제에어쇼에서 수증기 구름을 만들며 기동 비행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미 공군 F-22 랩터가 2021년 8월 8일 캐나다 애버츠퍼드 국제에어쇼에서 수증기 구름을 만들며 기동 비행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F-22가 해외로 나가지 못한 이유는 미국 의회의 수출 금지 조치 때문이다. 1998년 데이비드 오비 당시 하원의원은 국방예산법에 F-22 수출을 막는 조항을 넣었다. 미국은 스텔스 도료, 레이더 흡수 소재, 첨단 항전장비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결정으로 일본, 이스라엘, 호주 같은 핵심 동맹국도 F-22를 살 수 없었다. 미 국방부는 동맹국 판매용 수출형을 따로 개발하지 않았다. 기술 보호에는 성공했지만, 대량 생산을 통한 가격 절감 기회도 놓쳤다.

수요가 미국 공군으로 제한되자 생산 단가는 높아졌다. 생산 라인은 조기에 멈췄고, 운용 중인 기체는 더 비싼 ‘소수 정예 전력’이 됐다. 심플플라잉은 F-22의 시간당 비행 비용이 6만~8만 달러(약 9000만~1억 2000만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업그레이드도 쉽지 않다. F-22는 1990년대 기술 철학에 맞춰 설계된 하드웨어 중심 기체다. 새 장비를 붙이려면 기체를 열고 배선과 구조를 손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최신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기반 전자전 장비를 빠르게 반영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F-35는 반대 길을 갔다
이미지 확대
미 공군 F-35 편대가 비행하고 있다. F-35는 국제 공동개발·생산망을 기반으로 도입국을 넓혔다. 미 공군 제공
미 공군 F-35 편대가 비행하고 있다. F-35는 국제 공동개발·생산망을 기반으로 도입국을 넓혔다. 미 공군 제공


F-35 라이트닝Ⅱ는 F-22와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미국은 개발 초기부터 동맹국을 사업에 끌어들였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호주 등 여러 국가가 개발과 생산, 정비 체계에 참여했다.

이 구조는 비용 부담을 분산했다. 동시에 대량 생산 기반을 만들었다. F-35는 20개국 이상이 운용하거나 도입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5세대 전투기가 됐다. 국제 생산망은 부품 공급과 정비 효율도 높였다.

예컨대 일본에 배치된 F-35가 부품을 필요로 하면 국제 물류망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다. 미 해병대 F-35B가 영국 항공모함에서 연료와 정비 지원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F-35는 단순한 전투기가 아니라 동맹국을 하나의 운용망으로 묶는 플랫폼이 됐다.

미국은 F-22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미 공군은 이른바 ‘슈퍼 랩터’ 개량을 통해 수명 연장에 나서고 있다. 새 센서, 적외선 탐지장비, 헬멧 장착 시현장치, 개선된 데이터링크, 더 나은 스텔스 코팅 등이 거론된다. 일부 기술은 차세대 제공전투기 F-47 개발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개량만으로 구조적 한계를 지우기는 어렵다. F-22는 여전히 미국만 운용하는 소수 전력이다. 동맹국과 함께 만들고 고치며 업데이트하는 F-35식 구조와 다르다. 기술을 지키기 위해 문을 닫았던 선택은 결과적으로 미국에 비싼 전투기와 좁은 운용 여지를 남겼다.

윤태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