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막아도 부족했다”…UAE가 천궁-Ⅱ 더 실어간 이유 [밀리터리+]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6-14 20:54
입력 2026-06-14 20:00

이란전서 성능 입증한 천궁-Ⅱ…장기전 변수는 요격탄 재고와 호르무즈 수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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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알다프라 공군기지에 전개된 패트리엇, 사드(THAAD), 천궁-Ⅱ(M-SAM II) 방공체계 발사대. 사진은 2025년 5월 11일 셰이크 함단 빈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국방장관의 기지 방문 당시 촬영됐다. 사진=두바이 정부 공보실
아랍에미리트(UAE) 알다프라 공군기지에 전개된 패트리엇, 사드(THAAD), 천궁-Ⅱ(M-SAM II) 방공체계 발사대. 사진은 2025년 5월 11일 셰이크 함단 빈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국방장관의 기지 방문 당시 촬영됐다. 사진=두바이 정부 공보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막아낸 방공망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요격탄 재고와 보급 속도다.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체계 천궁-Ⅱ(M-SAM II) 세 번째 포대를 조기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중동 방공전의 초점이 성능 경쟁을 넘어 ‘전시 재보급’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영국 군사전문매체 제인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UAE에 천궁-Ⅱ 세 번째 포대가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UAE는 2022년 한국과 35억 달러(약 5조 3000억원) 규모의 천궁-Ⅱ 도입 계약을 맺었다. 계약 물량은 총 10개 포대다. 이 가운데 2개 포대가 이미 현지에 배치됐고 이번에 세 번째 포대가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도는 단순한 납품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UAE는 이란전 이후 천궁-Ⅱ를 더 빨리 확보하기 위해 대형 수송기 C-17 여러 대를 한국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방공체계와 요격미사일은 선박을 통해 옮기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해역 긴장이 변수로 떠오르자 UAE는 하늘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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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개 행사에서 전시된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 UAE는 패트리엇·사드와 함께 천궁-Ⅱ를 다층 방공망의 일부로 운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공개 행사에서 전시된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 UAE는 패트리엇·사드와 함께 천궁-Ⅱ를 다층 방공망의 일부로 운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천궁-Ⅱ는 이미 UAE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월 UAE에 배치된 천궁-Ⅱ가 이란의 미사일·드론 표적 30개 중 29개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단순 계산으로 요격률은 96%에 이른다. 첫 실전에서 높은 성과를 낸 셈이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 문제는 달라진다. 한 번 막아내는 것만큼, 다시 채워 넣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잘 맞히는 방공망도 재고 없으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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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서해안에서 열린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천궁-Ⅱ가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4년 11월 서해안에서 열린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천궁-Ⅱ가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현대 방공전은 소모전 성격이 강하다. 공격 측은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드론을 섞어 대량으로 쏜다. 방어 측은 위협마다 요격탄을 써야 한다. 요격률이 높아도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면 방공망은 압박을 받는다.

이란전은 이 점을 드러냈다. 걸프 지역의 미군기지와 주요 시설을 향한 미사일·드론 위협이 커지면서 UAE는 기존 방공망만으로 장기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UAE가 천궁-Ⅱ 추가 물량과 요격탄 조기 확보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방산 전문매체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는 UAE가 C-17 수송기를 동원해 한국에서 천궁-Ⅱ 관련 장비를 공수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걸프 지역 군수물류 계산을 바꾼 사례라고 분석했다. 바닷길이 막히거나 위협받으면 방공체계와 요격탄을 얼마나 빨리 공수하느냐가 전쟁 지속 능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천궁-Ⅱ 1개 포대는 발사대 차량 4대와 다기능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요격미사일까지 함께 옮기려면 물류 규모가 커진다. UAE가 여러 대의 C-17을 동원한 것은 단순한 상징 행보가 아니라 방공망을 계속 가동하기 위한 전시 보급 작전으로 볼 수 있다.

호르무즈 변수에 방공망도 ‘공급 속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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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소형 모터보트가 정박 중인 선박들 앞을 지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핵심 해상 수송로로, 이란전 이후 봉쇄 우려가 커지며 방공체계와 요격탄 수송에도 변수로 떠올랐다. AP 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소형 모터보트가 정박 중인 선박들 앞을 지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핵심 해상 수송로로, 이란전 이후 봉쇄 우려가 커지며 방공체계와 요격탄 수송에도 변수로 떠올랐다. AP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국가들의 핵심 해상 수송로다. 이곳이 봉쇄되거나 군사적 위협을 받으면 에너지뿐 아니라 무기와 탄약 이동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방공체계는 전쟁이 벌어진 뒤에야 필요성이 드러나는 장비가 아니다. 공격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 움직이고 쏘고 보충해야 한다.

UAE가 해상 수송 대신 공중 수송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방공망이 아무리 정교해도 요격탄 보급이 늦어지면 대응 능력은 떨어진다. 반대로 필요한 장비와 탄약을 빠르게 들여올 수 있다면 방공망은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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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20년 9월 공개한 천궁-Ⅱ 요격 시험 장면. 천궁-Ⅱ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전력으로, 탄도미사일 등 중거리 위협을 요격하도록 개발됐다. 출처=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20년 9월 공개한 천궁-Ⅱ 요격 시험 장면. 천궁-Ⅱ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전력으로, 탄도미사일 등 중거리 위협을 요격하도록 개발됐다. 출처=국방과학연구소


이번 사례는 한국 방산에도 새로운 의미를 준다. 천궁-Ⅱ는 이미 실전 성과로 주목받았다. 이제는 성능뿐 아니라 납기 조정과 긴급 공급 능력까지 시험대에 올랐다. 중동 국가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좋은 무기가 아니다. 위기 때 바로 받을 수 있고, 소모된 요격탄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 체계다.

UAE는 미국산 패트리엇과 사드, 한국산 천궁-Ⅱ를 함께 운용하며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천궁-Ⅱ가 패트리엇이나 사드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 맡는 고도와 역할이 다르다. 다만 중거리 영역을 촘촘히 메우는 체계로 천궁-Ⅱ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도 천궁-Ⅱ 도입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위협이 계속되는 한 중동의 방공 수요는 쉽게 줄어들기 어렵다. UAE의 조기 확보 움직임은 이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란전은 천궁-Ⅱ가 목표물을 맞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번 공수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전쟁이 길어질 때 누가 더 빨리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느냐다. 중동 방공전의 승부는 이제 요격률뿐 아니라 재고와 수송 속도에서도 갈리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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