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딸 위해 프리허그…교회·대사관도 부스 차린 퀴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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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6-14 14:43
입력 2026-06-14 14:40

올해 27번째 서울퀴어퍼레이드
‘교집합: 다름을 연결로’ 주제로
교회·가톨릭·불교 단체도 참여
건너편선 반대집회…충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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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딸을 둔 이영란씨가 지난 13일 서울 을지로·종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중 한 성소수자를 위로하고 있다. 이씨는 “외롭게 서 있는 수많은 아들, 딸들을 위로하고 싶다”며 지난해부터 퀴어퍼레이드에서 프리허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레즈비언 딸을 둔 이영란씨가 지난 13일 서울 을지로·종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중 한 성소수자를 위로하고 있다. 이씨는 “외롭게 서 있는 수많은 아들, 딸들을 위로하고 싶다”며 지난해부터 퀴어퍼레이드에서 프리허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동성애자인 김모(21)씨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명동 방면 차도에서 이영란(65)씨를 껴안고 5분가량 흐느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는 이씨의 말에 김씨는 “최근 커밍아웃한 뒤 친구도 가족도 멀어져 너무 외로웠다”고 했다. 이씨는 품에 안긴 김씨를 토닥이며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연신 “괜찮다”고 위로했다.

이날 서울 을지로·종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이씨는 ‘프리허그’ 행사를 진행했다. 이씨는 성소수자 딸을 둔 엄마다. 5년 전 딸의 고백을 들은 이씨는 “딸이 얼마나 홀로 괴로워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며 “외롭게 서 있는 수많은 아들, 딸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했다. 이씨의 딸은 현재 동성혼이 법제화된 국가에서 동성 배우자와 결혼해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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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로 27번째 열린 퀴어퍼레이드는 ‘교집합: 다름을 연결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영상 32도까지 오른 무더위에도 참가자들은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축제를 즐겼다. 얼굴에 무지개 페이스 페인팅을 한 시민들도 곳곳에 눈에 띄는 등 퍼레이드는 도심 속 일상 축제의 모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교회와 가톨릭, 불교계 단체, 각국 대사관도 부스를 차리고 함께했다.

장애인·반전주의자·대사관 직원도 ‘연결’성소수자들은 거리로 나와 비슷한 경험을 지닌 이들과 만나고, 공개된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트랜스젠더 신희숙(39)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부스를 둘러봤다. 올해로 4년째 퍼레이드에 참여한다는 신씨는 “신체 장애가 있는 데다 성적 정체성도 다르다 보니 평소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도 무서웠는데, 이곳에서는 교류할 사람들을 알아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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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가 있는 트랜스젠더 신희숙(39)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반영윤 기자
뇌병변장애가 있는 트랜스젠더 신희숙(39)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반영윤 기자


동성 부부 법제화를 주장하는 성소수자 단체들은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동성 부부를 ‘사실혼에 준하는 생활공동체’로 보고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무지개행동 대표인 박한희 변호사는 “제도 밖 성소수자 위해 동성 결혼 법제화됐으면 한다”고 했다.

환경단체와 반전주의 시민단체, 각국 대사관 등도 연대의 뜻을 보탰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제도 밖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는 전쟁이 작동하는 방식인 ‘폭력’과 유사하다”며 “모든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주한 호주대사관 관계자는 “호주는 외교장관이 성소수자인 것을 비롯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것을 국가적 가치로 삼고 있다”며 “이런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각국 퀴어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올해도 불참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인권위 일부 직원들은 자체적으로 별도 부스를 차렸다. 영광제일교회·가톨릭퀴어연구회·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단체들도 부스를 운영했다. 목사들은 부스를 찾은 이들에게 축복기도를 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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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소수자 대상 보험설계 업체 프리즘지점의 박주현 대표. 퀴어 당사자이기도 한 박 대표는 “보험은 대체로 ‘평균의 생애주기’를 전제로 설계돼 성소수자들은 최소한의 안전망에서도 소외돼 왔다”고 했다. 반영윤 기자
사회적 소수자 대상 보험설계 업체 프리즘지점의 박주현 대표. 퀴어 당사자이기도 한 박 대표는 “보험은 대체로 ‘평균의 생애주기’를 전제로 설계돼 성소수자들은 최소한의 안전망에서도 소외돼 왔다”고 했다. 반영윤 기자


성소수자들을 위한 보험 부스도 눈에 띄었다. 사회적 소수자 대상 보험설계 업체 프리즘지점 부스엔 이날 2177명이 찾아 자신의 고민을 나눴다. 가장 큰 불안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엔 ‘수입이 불안정할 때’(33.5%), ‘건강이 무너질 때’(19.0%) 등의 답변이 절반을 넘겼다.

퀴어 당사자이기도 한 박주현 프리즘지점 대표는 “보험은 대체로 ‘평균의 생애주기’를 전제로 설계돼 성소수자들은 최소한의 안전망에서도 소외돼 왔다”며 “사회 안전망 바깥에 놓일 가능성이 큰 성소수자들이 금융 시장에서도 포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건너편에선 반대집회…충돌은 없어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이후 종각역 5번 출구에서 출발해 명동성당, 서울광장을 거쳐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사랑에 정해진 모양은 없다”, “모두를 위한 공간”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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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반대 집회를 지나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퀴어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반대 집회를 지나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시간 을지로입구역 건너편에서는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찬송가 등을 크게 틀고 퀴어퍼레이드에 반발했다. 또 개신교계 단체인 거룩한방파제도 중구 서울시의회 청사 앞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었지만, 퀴어퍼레이드 측과 반대 집회 참가자 간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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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인근에서 열린 제27회 서울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종로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인근에서 열린 제27회 서울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종로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반영윤·손지연 기자
세줄 요약
  • 성소수자 딸 둔 엄마의 프리허그와 위로
  • 종교·대사관·장애인 단체까지 참여한 연대
  • 동성결혼 법제화 요구와 반대집회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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