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야망’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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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6-12 00:38
입력 2026-06-12 00:38

모럴 앰비션-이기적 야망의 종말/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이정민 옮김/인플루엔셜/404쪽/2만 2000원

전작서 ‘선한 본성’ 확인한 저자
이번에는 ‘선한 야망’ 개념 제시
평범한 시민이 계엄 맞선 것처럼
작은 영웅들의 작은 실천이 중요
역사의 옳은 편에 서서 재능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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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로자 파크스는 백인에게 버스 좌석을 양보하지 않은 평범한 재봉사로 기억된다. 저자는 파크스가 우연히 역사적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 아니라 ‘선한 야망’을 통해 현실의 변화를 만들고 구체적으로 행동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사진은 자리 양보를 거부한 혐의로 체포된 파크스가 경찰서에서 지문을 채취당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제공
1960년대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로자 파크스는 백인에게 버스 좌석을 양보하지 않은 평범한 재봉사로 기억된다. 저자는 파크스가 우연히 역사적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 아니라 ‘선한 야망’을 통해 현실의 변화를 만들고 구체적으로 행동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사진은 자리 양보를 거부한 혐의로 체포된 파크스가 경찰서에서 지문을 채취당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제공


두께에 압도되거나 제목만 보고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술술 읽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가볍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예상외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도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젊은 역사학자이자 사상가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첫 책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으로 보편적 기본 소득 운동을 촉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두 번째 책 ‘휴먼카인드’는 많은 심리학 실험과 역사적 사건을 재검증해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라는 관념을 깨고 연대와 협력의 선한 본성이 있음을 드러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번에는 전작에서 확인한 ‘인간의 선한 본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브레흐만은 ‘선한 야망’(도덕적 야망)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야망은 ‘세상을 극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기후변화나 부패, 극심한 불평등이나 다음에 발생할 팬데믹 등 시대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훌륭한 얘기지. 하지만 난 매일 아침 출근하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데다가 주택 대출금도 갚아야 하는데. 플라스틱 제품 덜 사용하고 대중교통 자주 이용하는 정도라면 몰라도…무슨”이라며,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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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반헌법적 비상 계엄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국회로 달려가 비상계엄 해제를 끌어냈다. 사진은 12월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군인이 탑승한 차가 국회로 들어가려 하자 시민들이 막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24년 12월 3일 반헌법적 비상 계엄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국회로 달려가 비상계엄 해제를 끌어냈다. 사진은 12월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군인이 탑승한 차가 국회로 들어가려 하자 시민들이 막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렇지만 2024년 12월 3일 밤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소식에 시민들은 국회로 달려갔다. 그들 모두 혼자 힘으로 계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덕분에 비상계엄은 빠르게 해제됐고, 이후도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서면서 윤석열의 탄핵을 끌어낼 수 있었다. 저마다 마음속 선한 야망의 지시에 따랐던 덕분에 한국 민주주의 퇴행도 막을 수 있었다.

불합리한 현실이 영원히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여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가 선한 야망을 가진 사람들 덕분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변화를 위해 작은 돌멩이라도 던지겠다는 생각을 가진 소시민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수많은 팬덤을 남기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남자 주인공이 “끝까지 싸우면, 멈추지 않으면 저도 진 게 아니니까요. …깨지더라도 썩은 내는 묻힐 겁니다. 뭐 지가 언제까지 바위일라고요. 깎이고 깎이다 보면 돌멩이가 되는 날도 오겠죠”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추천 글에서 “작은 영웅들이 많아지면 사회는 반드시 선한 곳으로 변할 것이다. …선한 이들과 함께 내딛는 사소한 발걸음이 거창한 결심보다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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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역사는 하는 일이 없다. 뭔가를 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라며 “이 세상에 정의가 존재한다면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정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한다. 선한 야망을 행동에 옮기라는 뜻이다.

역사의 옳은 편에 서서 선한 야망을 품고 행동하고 자기 재능을 무가치한 일에 낭비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그래도 가끔은 고된 현실을 뒤로하고 대의에 같은 발을 내디뎌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유용하 전문기자
세줄 요약
  • 인간의 선한 본성 확인한 브레흐만의 신작
  • 세상을 바꾸는 ‘선한 야망’ 개념 제시
  • 작은 시민 실천이 민주주의 지킨 사례
2026-06-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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