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빠를 그 위험한 곳에…” 안전 점검 나섰다가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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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환 기자
수정 2026-05-27 01:13
입력 2026-05-26 23:59

서소문 고가 참사에 유족들 통곡

감리단장·현장소장·구조기술사 3인
갑작스런 비보에 빈소도 마련 안 돼
동료들은 “언제 죽을지 몰라” 참담

서울~신촌역 단전… 열차 전면 중단
코레일 “정상화까지 시간 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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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26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역 전광판에 일부 열차 운행 중지 및 지연 안내 표시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26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역 전광판에 일부 열차 운행 중지 및 지연 안내 표시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왜 우리 아빠를 그 위험한 곳으로 보내서…도대체 왜,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참사로 숨진 토목·도로 설계 업체 소속 감리단장 안모씨의 아들은 응급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황망한 비보 앞에서도 그는 슬픔을 억누른 채, 오히려 곁에서 통곡하는 다른 가족을 위로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안씨의 또 다른 가족은 멍한 표정으로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했는데, 도대체 거기에 왜 올라갔는지 모르겠다”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안씨의 부인은 “아직 자세히 들은 게 없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정지 상태로 이곳에 이송됐던 안씨는 끝내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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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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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참사로 사망한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공사 현장의 안전을 지키던 감리단장, 현장소장, 외부 전문가인 구조기술사였다. 이들은 철거 중인 서소문 고가차도 구조물이 2.9㎝ 가량 주저앉는 단차가 발생하자,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 현장 상황을 아는 서울시 관계자는 “위험하지 않은지 점검하러 들어갔다가 갑자기 참변을 당해 황망하고 참담하다”며 “동료 직원들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라며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희생자인 시공사 현장관리소장 이모씨가 안치된 국립중앙의료원 안치실 앞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적막만 감돌았다. 빈소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텅 빈 상태였다. 남편의 참변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이씨의 부인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황망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씨의 회사 동료는 “선배는 평소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던 분”이라며 “낡은 철거 현장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먼저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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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 쏟아져 내린 낡은 고가차도는 시민들의 일상마저 멈춰 세웠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붕괴 여파로 서울역~신촌역 구간 전차선이 단전되면서 행신역~서울역 간 KTX 등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KTX는 서울역과 용산역까지만 운행하고, 무궁화호(수원·천안역)와 ITX(수원역) 등 일반 열차도 운행 구간을 대폭 단축하면서 1시간 이상 지연이 속출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안전한 사고 복구를 위해 열차 운행을 조정하면서 지연 등 차질이 심각하다”면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열차 이용 시 코레일톡 등을 통해 운행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KTX 등 열차 운행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코레일은 “서울시의 복구가 마무리돼야 정상 운행이 가능하다”면서 “구조물 안전 진단과 사고 원인 규명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임태환 기자·박다운·이지 수습기자
세줄 요약
  •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안전 점검 인력 3명 사망
  • 유족 오열 속 빈소 미마련, 동료들 트라우마 호소
  • 서울역~신촌역 단전으로 KTX 등 열차 운행 중단
2026-05-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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