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과 결혼한 15세 소녀 남편 구타에 사망도… 아동결혼 ‘사실상 허용’ 아프간에 유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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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수정 2026-05-23 00:35
입력 2026-05-23 00:16
세줄 요약
  • 탈레반, 이혼 법령 속 아동결혼 논란 조항 발표
  • 유엔, 여성·아동 권리 침해이자 제도화 우려 지적
  • 카불 반대 시위 확산, 15세 소녀 폭력사망 사례
최근 발표 이혼 관련 새 법령 내용 논란
‘충분한 지참금 없는 미성년 결혼 무효’
유엔 관계자 “아동결혼 허용 암시” 지적
카불선 시위…“아동결혼 제도화” 비판
탈레반 “체제 적대적인 자들 신경 안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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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곽에서 라마단 기간 동안 부르카를 착용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무료 이프타르 식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5.3.12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곽에서 라마단 기간 동안 부르카를 착용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무료 이프타르 식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5.3.12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아동 결혼을 사실상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령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엔이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법무부는 이달 중순 ‘부부 이혼’과 관련한 새 법령을 발표했다.

31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법령에는 남편의 장기 실종, 부부간의 불화, 이슬람 신앙 포기, 남편의 의무 불이행 등 이혼이 허용될 수 있는 다양한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충분한 지참금을 주고받지 않거나 부도덕한 착취를 통해 미성년 소년이나 소녀를 결혼시킨 경우 이 혼인 계약은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언뜻 보기에는 미성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항 같지만, 충분한 지참금을 주고받거나 착취가 없다면 아동 결혼을 합법화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유엔 아프가니스탄지원단(UNAMA)은 “이는 아동 결혼이 허용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짚었다.

지원단 관계자는 “이는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아동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더욱 광범위하고 심각한 추세의 일부”라며 “이 법은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아동이 자율성, 기회, 그리고 사법 접근권을 박탈당하는 체제를 공고히 한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강제 결혼과 아동 결혼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11세 이후 여아의 교육을 금지하는 정책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이런 결혼이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활동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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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의 한 학교에서 소녀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2021년 탈레반이 정권을 되찾은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학생들의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입학이 금지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6.5.23 EPA 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의 한 학교에서 소녀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2021년 탈레반이 정권을 되찾은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학생들의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입학이 금지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6.5.23 EPA 연합뉴스


탈레반이 여아 교육을 금지한 이후 약 70%가 조혼이나 강제 결혼을 강요당했으며, 이러한 결혼의 66%는 18세 미만의 소녀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활동가는 “수백 건에 달하는 여성 차별 법령을 발표한 탈레반이 이제는 아동 결혼을 공식적인 법적 틀 안에서 제도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령 발표 이후 최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새 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탈레반 정부 관계자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이슬람과 종교, 그리고 이슬람 체제의 근간에 문제를 제기하는 적대적인 자들의 항의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며 일축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성인이 되기 전 결혼한 여성 상당수가 가정 폭력과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아프가니스탄 중부 다이쿤디주(州)에서는 15세 소녀가 남편의 심한 구타 등 수개월간의 가정 폭력을 견디다 못해 결국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소녀의 아버지는 딸이 8개월 전 사촌과 결혼했지만, 결혼 후 두 달 만에 폭력이 시작됐으며 구타가 있을 때마다 마을 어른들이 개입해 딸에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도록 설득했다고 했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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