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네 팀도 내 팀”…1300만 질주 프로야구, 직관문화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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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하 기자
수정 2026-05-18 17:16
입력 2026-05-18 17:14
세줄 요약
  • 프로야구 1300만 관중 돌파 전망과 흥행 확대
  • 다른 팀 경기까지 즐기는 직관 문화 확산
  • 배려와 매너 중심의 새로운 관람 풍경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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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팬 최수영(24·맨 왼쪽)씨와 대학 동기들이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관중석에서 삼성과 LG 트윈스의 맞대결을 보고 있다. 최씨가 입은 삼성 유니폼 옆으로 동기들의 김선빈(KIA 타이거즈)·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이 눈에 띈다. 이날 경기는 LG가 삼성을 5-3으로 이겼다. 정회하 수습기자
삼성 라이온즈 팬 최수영(24·맨 왼쪽)씨와 대학 동기들이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관중석에서 삼성과 LG 트윈스의 맞대결을 보고 있다. 최씨가 입은 삼성 유니폼 옆으로 동기들의 김선빈(KIA 타이거즈)·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이 눈에 띈다. 이날 경기는 LG가 삼성을 5-3으로 이겼다. 정회하 수습기자


서울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이지인(30)씨는 일편단심 LG 트윈스 팬이다. 19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 MBC 청룡 팬이었던 조부모부터 내려온 집안 전통이다. 매년 정규시즌 144경기 중 50~70경기를 야구장에서 ‘직관’(직접 가서 관람)한다. LG 경기만 챙겨보는 것도 아니다. 서울 잠실야구장 홈경기는 물론, 여유만 생기면 KTX를 타고 대전·대구·광주·부산까지 다닌다. 이씨가 직관하는 경기 가운데 5분의1은 다른 팀 경기다.

지난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맞대결도 한화·키움 팬인 친구들과 함께 3루 원정 응원석에서 관람했다. 이 경기 1회초 한화 노시환의 선제 만루홈런이 터져 나왔을 때 이씨도 한화 팬들이 만든 주황빛 물결에 스며 있었다.

프로야구가 올해 사상 첫 1300만 관중 기록을 세울 기세로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야구팬들의 관람 문화도 크게 바뀌고 있다. 강한 지역 연고주의와 맞물려 응원팀의 경계가 뚜렷하고 경직됐던 과거와는 달라졌다. 자기 팀이 아니니 승패에 신경 쓰지 않고 야구 자체를 즐긴다. 야구장에서 각자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같은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은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한국 야구 문화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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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팬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뉴스1
프로야구 팬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뉴스1


SSG 랜더스 팬인 유지우(26)씨도 지난 13일 SSG 포수 조형우의 유니폼을 입고 연인 한현호(30)씨와 함께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의 경기를 찾았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한씨는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에게 눈치를 주는 이들이 최근 3년 새 거의 사라져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데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씨 역시 “남자친구의 팀을 함께 응원하는 경험도 좋은 추억”이라고 말했다.

같은 경기를 보러 온 삼성 팬 최수영(24)씨도 “다른 팀을 응원하는 대학 동기 3명이 저를 위해 같이 와 줬다”며 미소 지었다. 함께 온 동기들은 각자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최씨 일행처럼 다른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삼성·LG의 응원가를 크게 따라 부르고 틈틈이 음식을 챙겨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1회초 LG 중견수 박해민이 삼성 최형우·르윈 디아즈의 큼지막한 타구를 연거푸 솎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을 땐 한목소리로 탄식했다.

응원팀에 구애받지 않는 직관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야구장을 찾는 발길은 더욱 늘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관중은 17일까지 211경기에 388만 6918명이었다. 매진 경기도 126경기(59.7%)로, 지난해 전체 매진 경기 비율(46.0%)보다 크게 늘었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 1231만 2519명을 넘어 13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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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인 지난 5일 오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팬들이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3루 두산 응원석에서 양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오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팬들이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3루 두산 응원석에서 양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새로운 응원 문화와 매너도 생겨나고 있다. 상대 팀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 오물을 던지며 난동을 피우기도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응원팀이 다르더라도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20년째 SSG를 응원하는 김서현(27)씨는 “상대 선수가 다쳤을 때 우리 팀을 응원하면 주변에서 눈치를 주는 등 선을 지키려는 분위기”라며 “예전에는 ‘비매너’로 치부되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금기시되는 쪽으로 문화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씨도 “평소엔 입지 않던 다른 팀의 유니폼도 빌려 입어 보면서 옆사람과의 유대감을 쌓는 게 즐겁다”면서 “특정 구단 응원석에서 상대를 응원하지 않는 등 예의를 잘 지키면 다른 팀의 문화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정회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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