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제사 주재했어도… 대법 “종손 신분적 지위, 사적 합의로 못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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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솔 기자
서진솔 기자
수정 2026-04-28 11:26
입력 2026-04-28 11:26
세줄 요약
  • 종손 지위는 친족관계에 따른 신분적 지위 판단
  • 30년 제사 주재·합의·공증에도 양도 불가 결론
  • 대법원, A씨 종중 이사 지위 인정 가처분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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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서울신문 DB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서울신문 DB


대법원이 한 가문의 종손 지위를 사적 합의로 넘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30년 넘게 제사를 주재하는 등 역할을 수행했어도 종손은 친족 관계에 따른 ‘신분적 지위’라 양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의 종중 이사 지위를 인정한 가처분 결정에 종중이 불복해 낸 이의신청 재항고심에서 최근 파기자판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파기자판은 상고심 재판부가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재판하는 것이다.

앞서 한 종중의 종손이었던 B씨가 1992년 2월 사망하자, B씨의 장손으로 본래 종손 지위를 이어받아야 했던 C씨는 임야와 묘지, 제사 주재 등에 대한 종손으로서의 책무를 자신의 숙부이자 B씨의 차남인 A씨에게 승계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이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았다.

A씨는 ‘종손은 당연직 이사로 간주한다’는 종중회 규약에 따라 당연직 이사로 재직하면서 30년 넘게 종손 역할을 하고 제사를 주재해왔다. 종중회 역시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24년 3월 종중 회장이 A씨에게 ‘이사 임기가 만료됐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같은해 4월 열린 종중 정기총회에선 ‘종손을 종회의 족보에 기재된 기준에 따라 정한다’는 안건이 가결됐다. 이에 A씨는 총회 결의가 무효라며 법원에 종중 이사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를 인용했으나 종중이 이의신청과 항고, 재항고로 다투면서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대법원은 “종손은 일정한 친족관계의 존재에 의해 당연히 인정되는 신분적 지위로 양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종중 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승계 합의에 따라 종손 지위를 적법하게 이어받았다고 판단한 원심(항고심)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종손이란 ‘장자계의 남자손으로서 적장자손’을 말한다”며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로 정할 수 있는 제사 주재자와는 별개의 지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종중에서 실제 종손이 아닌 사람에 대해 종손의 지위에 있음을 인정했더라도, 종손의 일신전속(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성질) 성격에 비춰 곧바로 그 사람이 종손의 지위를 취득한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A씨는 승계 합의에도 종손 지위를 양도받지 못했고, 규약에 따라 당연직 이사의 지위를 취득하지도 못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서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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