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큰손’에 1000억대 수수료 혜택… 공시 들쭉날쭉

김예슬 기자
수정 2026-04-21 00:58
입력 2026-04-21 00:58
할인 등 ‘재산상 이익’ 첫 공개
업비트, 3명만 공개… 기준 ‘제각각’
코인원, 특정 이용자에 1163억 혜택
일반 투자자 수수료 부담 증가 우려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제공해 온 수수료 할인·쿠폰·이벤트 등 재산상 이익이 공개되면서 ‘큰손 우대 구조’가 수치로 처음으로 확인됐다. 최대 1000억원대에 이르는 혜택이 일부 이용자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시가 늦고 기준도 제각각이라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소별 수수료 수준 등 혜택 구조를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5대(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거래소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와 함께 마련한 ‘가상자산사업자의 광고·홍보 행위 모범규준’에 따라 재산상 이익 등을 공시했다. 법적 의무가 아닌 자율 규정이다 보니 시행 초기부터 혼선이 나타났다. 코인원·코빗·고팍스는 기한을 지켰지만 업비트와 빗썸은 이틀 늦은 지난 17일 공시했고, 금융감독원은 사유 제출을 요구했다.
공시 기준도 제각각이다. 코인원·코빗·고팍스는 최근 5개 사업연도 누적 기준으로 공개했지만, 빗썸은 올해 2~3월만 반영했다. 업비트의 경우 기준을 충족했다는 이용자 3명만을 공개했다. 같은 공시임에도 기준이 달라 소비자가 명확하게 혜택 수준을 따지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공시된 혜택 규모는 상당하다. 수십억원에서 1000억원대에 이른다. 코인원은 특정 이용자에게 1163억원의 거래 수수료 할인 혜택을, 빗썸은 두 달간 100억원대 쿠폰을 제공했다. 이어 코빗 98억원, 업비트 66억원, 고팍스 39억원 등이다. 거래량이 많은 일부 이용자에게 혜택이 집중된 모습이다. 거래 금액에 비례한 수수료 감면이 누적된 결과다.
거래소 수수료는 통상 0.05~0.25% 수준인데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VIP 등급을 적용해 수수료를 낮추는 방식이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수수료율이 0.2% 수준일 경우 거래 규모가 50조원대를 상회하면 수수료 감면액이 1000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가능하다. 실제 코인원에서 1000억이 넘는 수수료 할인을 받은 투자자는 50조가 넘는 금액을 거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구조는 일반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많은 이용자에게 수수료 혜택이 집중될수록 일반 투자자의 수수료 부담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될 수 있다”며 “결국 동일한 시장에서도 이용자 간 거래 비용 격차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혼선은 규정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닥사 모범규준은 ‘최근 5년 합산 10억원 초과 시 공시’만 규정했을 뿐 세부 공시 범위와 적용 방식은 명확히 정하지 않았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수수료 공시는 소비자가 거래소 선택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장치”라며 “초기 시행 과정에서 혼란이 있었다면 기준을 정교하게 맞춰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예슬 기자
2026-04-21 B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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