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도 출산”…남아공 ‘아동 임신’ 충격, 왜 못 막나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6-04-14 10:00
입력 2026-04-14 10:00

병원서 반복된 어린 출산…성폭력 대응·아동 보호 공백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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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나이의 임신·출산 문제가 사회적 충격을 키우는 가운데, 왼쪽은 어린 산모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이고 오른쪽은 젠더 기반 폭력과 성폭력 대응 강화를 촉구하는 현지 시위 모습이다. 링크드인·케이프타운대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나이의 임신·출산 문제가 사회적 충격을 키우는 가운데, 왼쪽은 어린 산모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이고 오른쪽은 젠더 기반 폭력과 성폭력 대응 강화를 촉구하는 현지 시위 모습이다. 링크드인·케이프타운대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나이의 출산 문제가 다시 사회적 충격을 키우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를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아동 보호와 성폭력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로 봐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호주 매체 뉴스닷컴은 11일(현지시간) 남아공 공공의료 현장에서 어린 소녀들의 출산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공영방송 SABC와 현지 매체 EWN도 관련 통계와 지역 사례를 잇달아 전하며 사안의 무게를 짚고 있다.

현지 보도를 보면 이 문제는 일부 지역에 그치지 않는다. SABC는 이스턴케이프에서만 2025년 4월부터 7월 사이 10~14세 출산 117건이 기록됐다고 전했다. EWN은 남아공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2024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19세 이하 출산이 12만 3000건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제1야당인 민주동맹(DA)도 공개 비판에 나섰다. DA는 지난 2월 성명에서 이스턴케이프의 아동 임신 문제를 “위기”로 규정하며 아동 보호와 사법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약한 아동과 신생아를 보호할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부와 공공 통계도 상황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남아공 정부 뉴스 서비스 SA뉴스는 지난해 11월 청소년 임신 문제가 커지고 있으며, 상당수 사례가 법정 강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IOL도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2024/25 기간 10~19세 출산이 11만 7195건, 이 가운데 10~14세 출산이 1400건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집계 기간 차이로 수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어린 연령대 출산이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는 점은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 “의료 문제가 아니라 보호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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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나이의 임신·출산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는 가운데, 어린 소녀가 아이를 안고 거리를 걷고 있다. 조기 임신과 아동 보호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Jan Truter·플리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나이의 임신·출산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는 가운데, 어린 소녀가 아이를 안고 거리를 걷고 있다. 조기 임신과 아동 보호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Jan Truter·플리커


현지에서는 이 사안을 단순한 조기 임신 통계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뉴스닷컴에 따르면 활동가들은 아동 임신을 의료 사건으로만 취급할 경우 범죄 수사와 보호 조치가 뒤로 밀리면서 피해 아동이 다시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비판했다. 특히 어린 나이의 임신은 학업 중단과 건강 악화,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연구와 공공 논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남아공 인문과학연구위원회(HSRC)는 10대 출산이 건강과 교육,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큰 부담을 남긴다고 분석했고, 아동·청소년 임신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양상도 짚었다.

◆ 여성·아동 폭력 위기와 맞물린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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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젠더 기반 폭력과 성폭력 대응 강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동 임신 논란도 이런 구조적 폭력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프타운대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젠더 기반 폭력과 성폭력 대응 강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동 임신 논란도 이런 구조적 폭력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프타운대 제공


이번 논란은 남아공의 만성적인 젠더 기반 폭력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뉴스닷컴은 여성 살해와 강간, 성폭력 통계를 함께 제시하며 아동 임신 문제가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더 큰 구조적 폭력의 한 단면이라고 짚었다. 지난해에는 이 문제를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다뤄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도 이어졌다.

결국 남아공 사회가 마주한 질문은 분명하다. 어린 소녀들의 임신과 출산을 단순한 통계로만 남길 것인지, 아니면 아동 보호 실패와 성폭력 대응 공백이 드러난 구조적 경고로 볼 것인지다. 더는 의료 현장의 숫자로만 넘길 수 없는 문제라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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