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보석 같은 섬, 예술을 품는다… 글로벌 해양 허브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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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익 기자
이종익 기자
수정 2026-03-13 01:10
입력 2026-03-13 01:10

제1회 섬비엔날레 내년 4월 3일~5월 30일 팡파르

원산·고대도에 24개국 80여점 전시

섬문화예술플랫폼에 300억 투입
창고·빈집 등 멋진 갤러리로 변신
골목길 누비며 작품들 ‘보물 찾기’
해안도로 따라 사운드 아트 풍성
예술의 힘으로 폐촌의 부활 이끈다

2033년까지 5개 섬으로 무대 확장
일본 ‘세토우치’의 기적 뛰어넘기
한글 ‘섬’ 형상화, 상징적 BI 확정
레저 파크·워케이션 센터 등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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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제1회 섬비엔날레’ 개최 예정지 중 한 곳인 충남 보령 원산도의 전경. 섬비엔날레는 내년 4~5월 열린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2027 제1회 섬비엔날레’ 개최 예정지 중 한 곳인 충남 보령 원산도의 전경. 섬비엔날레는 내년 4~5월 열린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파도 소리만 무심하게 철썩이는 고요한 충남 보령 앞바다의 섬마을들이 2027년 봄, 거대한 세계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다. 국내 최초로 섬을 통째로 무대로 삼은 파격적인 예술 축제 ‘제1회 섬비엔날레’가 펼쳐진다.

섬비엔날레조직위원회(공동조직위원장 김태흠 충남지사·김동일 보령시장)는 내년 4월 3일~5월 30일 원산도와 고대도에서 섬비엔날레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보령의 섬들이 품고 있는 자연·생태·역사·문화를 예술로 선보이는 섬비엔날레의 주제는 ‘움직이는 섬: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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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비엔날레 사진 공모전에서 최우수 수상작으로 선정된 ‘원산도의 아침’.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섬비엔날레 사진 공모전에서 최우수 수상작으로 선정된 ‘원산도의 아침’.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그동안 ‘비엔날레’ 하면 대도시의 으리으리한 미술관이나 번듯한 실내 전시장을 떠올렸다. 하지만 보령은 그 답답한 ‘화이트 큐브’를 과감히 부쉈다.

바닷바람이 부는 해변, 섬에 남아 있는 낡은 빈집, 소나무 숲이 모두 전시장이 된다. 24개국에서 70여명(팀)의 예술가들이 이 작은 섬으로 몰려와 80여점의 작품을 쏟아낸다.

지휘봉은 김성연 예술감독이 잡았다. 부산현대미술관 초대 관장과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을 지낸 전시 기획의 베테랑이다. 김 감독은 “지구는 초속 30㎞로 태양을 돌고 자전 속도만 초속 463m에 달한다”며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섬 역시 세상과 단절된 외딴곳이 아닌 세계의 흐름과 맹렬하게 교차하는 능동적인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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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보령 고대도의 어촌마을. 고대도도 섬비엔날레의 무대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하늘에서 바라본 보령 고대도의 어촌마을. 고대도도 섬비엔날레의 무대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섬비엔날레의 첫 무대는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섬 원산도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고대도다.

890여 명이 사는 원산도(10.28㎢)는 해저터널과 원산안면대교 개통으로 이제 육지나 다름없이 차를 타고 달릴 수 있다. 조직위는 지난해 11월 원산도 해수욕장 앞에 ‘섬문화예술플랫폼’을 착공했다. 섬비엔날레 주 전시장인 섬문화예술플랫폼은 300억원을 들여 9886㎡ 부지에 연면적 3989㎡ 규모로 세워질 예정이다. 이곳에는 국내외 거장들의 회화와 작품들이 설치된다.

진짜 묘미는 플랫폼 문을 나설 때 시작된다. 선촌항과 점촌마을 인근에 흉물로 남은 빈집과 낡은 창고 4~5곳이 장소의 숨결을 간직한 훌륭한 갤러리(Moving House)로 둔갑한다. 관람객은 골목길을 누비며 보물찾기하듯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파빌리온과 야외 조각이 불쑥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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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원산도 해수욕장에서 열린 섬비엔날레 주 전시관 섬문화예술플랫폼 기공식.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지난해 11월 원산도 해수욕장에서 열린 섬비엔날레 주 전시관 섬문화예술플랫폼 기공식.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0.92㎢ 크기의 고대도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곳은 1832년 독일인 선교사 칼 귀츨라프가 도착해 우리나라 최초로 기독교를 전파한 역사적인 섬이다. 귀츨라프는 감자 재배 방법을 알려주는 등 고대도 주민들을 위해 힘을 썼고 한글을 배워 최초로 한글을 서양에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직위는 고대도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나 전동 스쿠터를 타며 사운드 아트와 설치 미술을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섬비엔날레 개최 이유는 명확하다. 일본의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2010년부터 나오시마 등 17개 섬에서 예술제를 열어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외지인 25%)을 끌어모았다. 지역 소멸과 고령화에 따른 폐촌을 예술의 힘으로 부활시킨 성공 사례다.

충남도와 보령시 역시 장기전을 준비했다. 2027년 두 섬을 시작으로 2029년 삽시도, 2031년 장고도, 2033년 효자도까지 5개 섬으로 무대를 확장한다. 차례대로 확대해 우리나라의 새로운 축제 랜드마크로 발전시켜 지역 소멸과 고령화, 폐촌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한글 ‘섬’을 형상화하고 파도와 연결의 의미를 담은 상징성 높은 브랜드 이미지(BI)까지 확정 지었다. 조직위는 송상호 경희대 명예교수가 민간조직위원장, 고효열 전 충남도의회 사무처장이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김성연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가 예술감독에 선임되는 등 체계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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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원산도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예술 작품 설치를 위한 답사를 하는 모습.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원산도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예술 작품 설치를 위한 답사를 하는 모습.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제공


충남도와 보령시는 섬비엔날레를 통해 예술을 품은 글로벌 해양 허브를 꿈꾼다. 보령시는 바다를 해양레저 및 스포츠파크와 연계했다. 여기에 바다를 조망하며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형 ‘워케이션 센터’를 더한다. 보령이 품은 105개의 섬에 예술을 품은 완벽한 관광 인프라가 들어서는 셈이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섬비엔날레 무대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축제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겠다”며 “보령을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해양관광 명소로 한 단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령 이종익 기자
2026-03-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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