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필리핀 노동자 도왔던 변호사 李대통령, 34년만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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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수정 2026-03-04 17:07
입력 2026-03-04 16:47

필리핀 방문 李, 과거 인연 노동자와 깜짝 만남
한 팔 잃고 강제출국… 재심 통해 보상받게 도움
노동자 “변호사로서 좋은 결과 만들어줘 감사”
李 “억울했을텐데 좋은 기억 갖고 있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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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을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마닐라에서 인권변호사 시절 인연을 맺은 필리핀 노동자 아리엘 갈락 씨를 만나 자신의 자서전을 선물하고 있다. 마닐라 연합뉴스
필리핀을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마닐라에서 인권변호사 시절 인연을 맺은 필리핀 노동자 아리엘 갈락 씨를 만나 자신의 자서전을 선물하고 있다. 마닐라 연합뉴스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34년 전 인권 변호사 시절 산업재해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던 필리핀 노동자와 깜짝 만남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순방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과거 특별한 인연이 있는 아리엘 갈락씨와 만났다고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갈락씨는 한국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필리핀으로 귀국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타지에서 밤낮없이 일하다 한 팔을 잃었지만,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강제 출국 당한 것이다.

당시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 대통령은 갈락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다. 이 대통령은 1년여의 재심 절차를 진행한 끝에 갈락씨가 요양 인정과 산업재해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낯선 땅에서 도움을 줬던 변호사는 34년 후 한국의 대통령이 돼 갈락씨를 찾았다. 갈락씨는 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알아봐 주시고 만나뵐 수 있어서 영광이고 감사하다”며 “비록 사고를 당했지만 한국에 대해 늘 좋은 기억을 갖고 있고, 당시 변호사로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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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을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마닐라에서 인권변호사 시절 인연을 맺은 필리핀 노동자 아리엘 갈락 씨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닐라 연합뉴스
필리핀을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마닐라에서 인권변호사 시절 인연을 맺은 필리핀 노동자 아리엘 갈락 씨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닐라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를 당한 외국인들의 강제 출국이 흔하던 시절”이었다며 “갈락씨 사건 후 정부 제도가 바뀌어 이제는 보상과 치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억울했을텐데 한국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사람들도 외국에 노동자로 많이 나가서 일하는데, 어떤 시기, 어느 곳에서 일하든 똑같은 권리와 자유를 가지고 있다”며 “헌법에는 명기돼 있지만 헌법대로 하지 못했는데 갈락씨 덕분에 후배들은 억울한 일이 없다”고 격려했다.

한때 외국인 노동자였던 갈락씨는 요즘 해외에 노동자로 나가는 이웃들에게 안내와 조언을 하는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갈락씨와 동행한 딸이 관세사로 일하고 있다는 말에 이 대통령은 “잘 키우셨다”고 덕담을 건넸다. 함께 자리한 김혜경 여사는 준비한 수박 주스를 갈락씨에게 권하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갈락에게 보상금을 송금한 저녁, 사무실 식구들과 파티 아닌 파티를 열었다. 갈락에게 그 돈이 사과나 위로가 될까 싶었다. 기쁘기보다 그날따라 내 굽은 팔은 더 많이 아팠고 술은 더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소년공 시절 산업재해를 당해 팔에 장애를 입었던 이 대통령은 ‘이재명 자서전’에 갈락씨에 대한 동병상련의 마음을 이같이 담았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을 갈락씨에게 선물로 건네고 기념 촬영을 했다.

마닐라 박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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