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무효’ 판결에도 김정관 “미국과 우호적 협의 지속”

강주리 기자
수정 2026-02-23 11:21
입력 2026-02-23 11:21
산업 장관 주재 민관합동 대책회의
IEEPA “상호관세 위법” 대미투자는 지속
김 “한미 관세 합의 통해 이익균형 확보”
“美 관세 15% 일률 부과, 경쟁 여건 변화”
“美 후속 조치·주요국 움직임 면밀히 파악”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조치에 대한 위법·무효 판결에도 “대미 수출 여건이 훼손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우호적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미 투자를 위한 프로젝트 선정 작업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 및 미 행정부의 추가 관세 조치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직후 산업부 차원의 긴급 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이날 경제단체,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주요 업종별 협회, 유관기관 및 관계부처 등이 참석하는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바로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글로벌 보편관세 부과 포고령을 발표하고, 하루 만에 다시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김 장관은 “미국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한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천명해 향후 미국 관세정책은 IEEPA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무역법 122조·301조 등 다양한 대체 수단을 통해 공세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도 한층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 장관은 한국이 무역법 301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고 있다”며 “저희는 그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여러 통상 이슈들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고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미측과 우호적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또 “미측의 글로벌 15% 관세가 일률적으로 부과될 경우 우리 기업의 상대적 경쟁 여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전날 보도참고자료에서 미국의 관세 구조가 현재 일률적인 상호관세 체계에서 ‘최혜국대우(MFN) 관세 + 무역법 122조에 따른 15% 관세’ 구조로 전환되는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의 미국 시장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장관은 “그러나 향후에도 미측의 추가 관세 조치 향방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시장 다변화를 위한 대책을 끈기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IEEPA 판결 이후 관세환급 관련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민관 협업을 통해 기업에 관련 정보가 적기 제공되도록 하겠다”면서 “미측의 추가적 관세 조치 움직임과 여타 주요국의 동향을 면밀히 예의주시하면서 차분하게 중장기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미국의 상호관세 무효 조치에도 대미 투자 프로젝트 검토는 변함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연락을 주고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계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박정성 산업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실무단이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미 상무부 관계자 등을 만나 대미 투자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김 장관은 “기업과 정부가 국익 원칙으로 원팀이 돼 함께 대응하고 조급하거나 성급하지 않게 차분히 대응하자는 입장을 공유했다”며 “업계 어려움이 덜어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미국 대법원의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미국의 향후 조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며 미국 측에 양측이 지난해 체결한 무역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EU는 지난해 7월 EU 회원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율을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6000억 달러(868조 2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EU 집행위, 美에 후속조치 설명 촉구
EU 무역위원장 “대미투자 보류 요청”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IEEPA에 관한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미국이 취할 조치에 대해 전면적인 설명을 요청한다”면서 “EU 제품은 이전에 명확하고 포괄적으로 합의된 상한선을 초과하는 관세 인상 없이, 가장 경쟁력 있는 대우를 계속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4일 EU와 미국 간 무역합의를 승인할 예정이던 유럽의회도 승인이 보류될 전망이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의 베른트 랑게 위원장은 23일 열리는 유럽의회 회의에서 “적절한 법적 평가와 미국 측의 명확한 약속이 있을 때까지 입법 절차 보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은 보도했다. 랑게 위원장은 “미국 행정부가 완전한 관세 혼란에 빠졌다. 더 이상 아무도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EU와 미국의 다른 교역 상대들에게는 공개적인 의문과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면서 “추가 조치가 취해지기 전에 명확성과 법적 확실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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