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텅 비어 가는 지방 건물들, 어찌할까
임형주 기자
수정 2026-02-20 01:21
입력 2026-02-20 00:28
광주 하면 1980년대를 겪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본 도로명이 있다. 서울의 명동 거리, 부산의 광안해변로, 대구의 동성로처럼 광주에는 충장로와 금남로가 있다. 이곳은 광주 상권의 중심지이자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불리는 대표 도로다.
충장로는 청춘과 패션의 거리, 금남로는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 역할을 하며 서울 명동처럼 상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당시 번성했던 건물들이 비어 가는 공간들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1층과 2층 등 비교적 보행이 편리한 층도 곳곳에 임대 광고 문구가 붙어 있다. 수개월째 주인을 찾지 못한 임대 광고가 너덜너덜해져 눈살마저 찌푸리게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남로·충장로의 6층 이상 사무실 공실률은 45%를 기록했다. 울산 최대 상권인 삼산동(49%)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일반 상가도 4곳 중 1곳꼴로 비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의 새로운 행정·금융·업무 중심지로 다수의 공공기관과 호텔 등이 밀집한 신도시 상무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대형 상가는 2016년 말부터, 소규모 상가는 2018년 2분기부터 10∼20% 공실률이 지속되고 있다.
시너지 타워와 경리단길의 합성어로 ‘시리단길’이라는 별명과 함께 광주의 신흥 상업지역으로 떠올랐던 첨단1지구 역시 지난해 4분기부터 10% 이상의 공실률을 보이며 명성이 한풀 꺾였다.
호남에서 학생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남대 주변 건물들도 텅텅 비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대 정문과 후문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7%로, 세 집 중 한 집꼴로 임대 문구가 붙었고 소규모 상가도 20%가 비었다. 이 일대는 2023년 1분기부터 줄곧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36%를 넘어 심각성을 더했다.
공실률 심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급속하게 늘고 있는 지방 도시의 자영업자 폐업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광주의 개인과 법인 폐업 사업자 수는 2020년 2만 4000여명에서 2024년 2만 6000여명 등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소비 침체와 인건비 상승 등이 덮친 데다 유동 인구가 줄었음에도 임대료가 예전과 같거나 상승해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또한 배달 플랫폼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은 것도 자영업 폐업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임대료 인하나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소상공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일자리와 인구 증대, 온라인 상권에 대응한 오프라인 상권 활성화 대책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광주는 광역시 중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커 폐업률도 높은 수준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인위적이고 단기적인 상권 활성화보다는 일자리와 정주·생활인구를 늘려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차원에서 현재 추진 중인 공실 상가·오피스의 주거시설 용도 전환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또 공공기관이 유휴 건물을 매입해 청사나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더 늘려가야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빈 건물의 공실 지도를 작성해 창업·문화 콘텐츠를 유치하거나 임대료 인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구도심 재건축 시 상가 의무 비율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다.
임형주 전국부 기자
임형주 전국부 기자
충장로는 청춘과 패션의 거리, 금남로는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 역할을 하며 서울 명동처럼 상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당시 번성했던 건물들이 비어 가는 공간들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1층과 2층 등 비교적 보행이 편리한 층도 곳곳에 임대 광고 문구가 붙어 있다. 수개월째 주인을 찾지 못한 임대 광고가 너덜너덜해져 눈살마저 찌푸리게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남로·충장로의 6층 이상 사무실 공실률은 45%를 기록했다. 울산 최대 상권인 삼산동(49%)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일반 상가도 4곳 중 1곳꼴로 비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의 새로운 행정·금융·업무 중심지로 다수의 공공기관과 호텔 등이 밀집한 신도시 상무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대형 상가는 2016년 말부터, 소규모 상가는 2018년 2분기부터 10∼20% 공실률이 지속되고 있다.
시너지 타워와 경리단길의 합성어로 ‘시리단길’이라는 별명과 함께 광주의 신흥 상업지역으로 떠올랐던 첨단1지구 역시 지난해 4분기부터 10% 이상의 공실률을 보이며 명성이 한풀 꺾였다.
호남에서 학생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남대 주변 건물들도 텅텅 비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대 정문과 후문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7%로, 세 집 중 한 집꼴로 임대 문구가 붙었고 소규모 상가도 20%가 비었다. 이 일대는 2023년 1분기부터 줄곧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36%를 넘어 심각성을 더했다.
공실률 심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급속하게 늘고 있는 지방 도시의 자영업자 폐업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광주의 개인과 법인 폐업 사업자 수는 2020년 2만 4000여명에서 2024년 2만 6000여명 등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소비 침체와 인건비 상승 등이 덮친 데다 유동 인구가 줄었음에도 임대료가 예전과 같거나 상승해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또한 배달 플랫폼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은 것도 자영업 폐업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임대료 인하나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소상공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일자리와 인구 증대, 온라인 상권에 대응한 오프라인 상권 활성화 대책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광주는 광역시 중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커 폐업률도 높은 수준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인위적이고 단기적인 상권 활성화보다는 일자리와 정주·생활인구를 늘려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차원에서 현재 추진 중인 공실 상가·오피스의 주거시설 용도 전환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또 공공기관이 유휴 건물을 매입해 청사나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더 늘려가야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빈 건물의 공실 지도를 작성해 창업·문화 콘텐츠를 유치하거나 임대료 인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구도심 재건축 시 상가 의무 비율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다.
임형주 전국부 기자
2026-02-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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