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의 저녁/이복렬 [서울신문 2026 신춘문예 - 시조]
수정 2026-01-01 00:45
입력 2026-01-01 00:45
땅거미가 내려오면 등줄기가 더 시리다
등 기댈 곳 하나 없는 앞뒤가 허방이라
가로등 불을 밝히는
저문 거리로 나선다
차디찬 바닥 짚고 맨몸으로 버틴 나날
퇴근족 틈에 서서 올려다본 하늘에는
아득한 허공을 뚫고
별 하나가 떠 온다
눈꽃 핀 나뭇가지 뼈가 시린 엄동에도
먼 봄을 채근하는 깃 고운 새는 있어
쇼윈도 마네킹들의
옷차림이 가볍다
꽉 막힌 네거리를 활짝 여는 초록 신호
자동차 불빛 따라 발걸음이 빨라질 때
언 강이 용틀임하듯
닫힌 문이 열린다
2026-01-01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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