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클럽이 건넨 체육 교사 꿈… 수업도 적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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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솔 기자
서진솔 기자
수정 2024-12-10 03:10
입력 2024-12-10 03:10

경기영상과고 여자배구부 ‘어택’

모든 수업 마치고 따로 모여 연습
부상·부모님 반대에도 포기 안 해
‘건축전공’ 운동 쪽으로 진로 바꿔
경기학교클럽 대회 여고부 2연패

“운동이 자신감 찾는 통로 역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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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고양 경기영상과학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여자배구부 ‘어택’의 선수들이 연습 경기를 펼치고 있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부족했던 숫자는 남자배구부 설립을 갈망하는 남학생들의 참여로 채웠다. 경기영상과학고 제공
지난 4일 고양 경기영상과학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여자배구부 ‘어택’의 선수들이 연습 경기를 펼치고 있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부족했던 숫자는 남자배구부 설립을 갈망하는 남학생들의 참여로 채웠다.
경기영상과학고 제공


고양 경기영상과학고등학교 수업이 모두 끝난 지난 4일 오후 4시, 체육관에 “기회야 세게 때려”, “뒤쪽 수비 조심해”라고 소리치는 여자배구부 ‘어택’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007년생 2학년 선수들의 승부였다. 레프트 (금)서현이가 장기인 스파이크로 넘긴 공이 블로킹을 시도한 센터 (민)규빈이의 손을 지나 (김)사랑이의 팔을 맞고 코트 밖에 떨어졌다. 득점한 서현이의 팀원들은 둥글게 모여 “어택, 이기자”고 외치며 사기를 끌어 올렸다.

올해 주요 대회는 모두 끝났지만 연습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사뭇 진지했다. 172㎝의 장신 규빈이는 친구 (조)윤서의 공격을 막아낸 뒤 자신보다 작다는 의미의 손짓으로 상대를 자극했고 윤서는 헛웃음을 지었다.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지난해부터 운동하고 있는 규빈이는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과 부모님의 반대에 배구부를 떠났다가 돌아왔다. 그는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하셔서 쉬었는데 배구를 안 하니까 우울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다시 권유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서로 격려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소심한 1학년 (김)태희가 공격에 실패한 뒤 처진 어깨로 고개를 떨구자, 2학년 (전)로빈이가 곧바로 다가가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조급해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하지만 냉정한 에이스 서현이는 옆에서 “집중해”라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서현이는 건축 전공이지만 체육 교사를 목표로 삼고 있다. 2년 동안 배구를 하면서 진로를 바꾼 것이다. 그는 “운동을 통해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상처 주지 않고 학생들을 훌륭하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자신감도 많이 생겨 예전과 다르게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게 떨리지 않는다. 인간관계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운동하면서 어느새 친구들과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주장 사랑이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로 ‘체력’을 꼽았다. 그는 “제대로 운동한 게 처음이라 초반엔 피곤했지만 6개월 정도 지나고 체력과 운동 능력이 향상된 걸 느꼈다”며 “배구를 할 땐 운동에 힘을 쏟고 이후 공부에 집중하면 된다. 배구와 학업을 모두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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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경기영상과학고등학교 여자배구부 ‘어택’의 주장 김사랑(왼쪽)과 민규빈(오른쪽)이 지난달 6일 2024 의정부체육회장배 전국 청소년 배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대회 관계자에게 축하받는 모습. 어택은 창단 2년 만에 고양시대회와 경기도대회 학교스포츠클럽 여고부 2연패를 달성했다. 경기영상과학고 제공
고양 경기영상과학고등학교 여자배구부 ‘어택’의 주장 김사랑(왼쪽)과 민규빈(오른쪽)이 지난달 6일 2024 의정부체육회장배 전국 청소년 배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대회 관계자에게 축하받는 모습. 어택은 창단 2년 만에 고양시대회와 경기도대회 학교스포츠클럽 여고부 2연패를 달성했다.
경기영상과학고 제공


대한체육회의 방과 후 학교스포츠클럽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구성된 경기영상과학고의 배구부는 신생 동아리지만 선수들의 열정을 앞세워 지난 9월 경기도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에서 여고부 2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내년엔 올해 8강에서 멈춘 전국 대회에서 입상을 노린다.프로배구 리베로 출신 엄완용(35) 강사는 “처음 배구를 해보는 친구들이라 나쁜 버릇이 없어서 빠르게 기술을 습득했다”면서 “말수가 없던 학생들이 밝아지고 자신감을 얻는 모습에 부모님들까지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클럽 프로그램이 활발해져 남학생뿐 아니라 여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운동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서진솔 기자
2024-12-10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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