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作 ‘공인들’은 기념비 개념 뒤집은 작품”

이재연 기자
수정 2024-05-20 23:50
입력 2024-05-20 23:50
캐럴 허 美NMAA 큐레이터
400명이 큰 받침대 들어올린 모습
동상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어
누구를 기리며 공공장소에 세울까
관람객들에게 논쟁 불러일으켜
미국 수도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 앞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한국 작가 서도호(62)의 설치미술 작품 ‘공인들’(Public Figures)을 전시 중이다. 캐럴 허 NMAA 큐레이터는 최근 미디어 투어 및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워싱턴DC가 갖는 공간적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은 높이 170m의 워싱턴 기념탑과 링컨·제퍼슨 등 전직 대통령 기념관 등이 들어찬 그야말로 ‘모뉴먼트’ 도시다. NMAA도 기념비들이 늘어선 내셔널 몰을 마주하고 있다.
허 큐레이터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성격의 기존 기념비와 달리 ‘공인들’은 특정 개인을 기리는 작품이 아니다”라면서 “관객들에게 ‘과연 누구를 기리고 누구를 공공장소에 세울 것인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킨다”고 환기했다.
그는 “워싱턴DC에서는 연방정부 건물들과 미술관 등의 외부 조경과 전경 작업 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작품 설치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며 웃었다.
작품 속 군상을 멀리서 보면 풀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풀은 서 작가의 중요 개념인 ‘민초’(grassroot)를 연상시킨다. 풀은 겨울에 시들었다가 봄에 다시 살아나는 유연성 있고 회복력 있는 존재를 상징한다고 허 큐레이터는 설명했다.
‘공인들’은 NMAA가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작가에게 의뢰한 작품으로 앞으로 5년간 전시되며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허 큐레이터는 “한국 근현대미술이 미국 관람객에게 많이 소개되지 못했다. 중국 현대미술에 비해 많이 가리워져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 작가들의 층위가 다양하고 소개할 영역도 무궁무진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글·사진 워싱턴 이재연 특파원
2024-05-2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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