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도 집 팔기는 커녕 증여만 늘었다

백민경 기자
수정 2022-02-04 12:53
입력 2022-02-04 12:53
작년 12월 증여 1694건...3개월째 증가
매매는 지난해 한해 중 가장 쪼그라들어
집값 상승 기대감 여전한데다 세부담 탓
대출 규제 등 정부의 압박에도 집을 팔기는 커녕 증여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4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거래 원인별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및 아파트 포함) 증여 건수는 총 1694건으로 집계됐다. 9월 1004건, 10월 1200건, 11월 1296건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 등 압박에도 일부 다주택자들이 세금 득실을 따지며 상당수 증여를 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서울 25개구 가운데 증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다주택자 등 자산가가 몰려있는 강남구(20.4%)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강남구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 전체 증여 건수에서 동남권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5.2%에 달했다. 초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권에서 증여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반면 서울 주택 매매 건수는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1만 1051건→9584건→8147건→7801건→6394건)를 보였다. 12월의 6394건은 월 기준으로 지난해 한해 중 최소 기록이다.
연합뉴스
초강력 대출 규제가 유지되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전반적인 주택 매수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여기에다 상당수의 다주택자가 오는 3월 대통령 선거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시장의 관망세는 더 짙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다주택자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증여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매년 부동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이에따라 세 부담이 커지며 다주택자의 압박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현실적으로 취할 방법이 사실상 증여 외에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팀장은 “다주택자의 다수는 더 부담이 큰 양도세 중과보다는 증여세를 내더라도 조금이라도 가격이 낮을 때 증여를 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또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공급이 당장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지속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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