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생] 법원의 시간 찾아온 ‘라임 사태’…다음 주부터 재판 시작
오세진 기자
수정 2020-05-09 10:00
입력 2020-05-09 10:00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도 차례로 확보됐습니다. 검찰은 라임 펀드의 부실 발생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수백억원을 판매한 혐의의 전직 금융사 임원을 구속 기소한 뒤로 라임 투자사를 노린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 환매가 중단된 라임 펀드 자금을 빼돌려 부당한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 전직 라임 임원을 차례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종적을 감춰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중범죄 피의자에게 발령하는 국제수배)까지 발령됐던 이종필(42·구속) 전 라임 부사장, 그리고 그의 동업자인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지난달 23일 체포된 뒤로 각각 구속됐습니다. 김 전 회장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 등으로 전직 청와대 행정관도 최근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은행·증권사 등 라임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와 ‘기업사냥꾼’(투자 외 목적으로 기업을 인수한 후 그 회사 주식을 고가에 팔아 큰 시세차익을 노리는 집단), 라임의 비정상적 펀드 설계·운용 등에 의해 다수의 불법행위가 발생한 사건이 ‘라임 사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주요 피고인들의 재판이 다음 주부터 시작됩니다. 라임 사태의 핵심 갈래별로 각 재판 일정을 살펴봤습니다.
연합뉴스
라임 투자사 중 한 곳이 코스닥 상장사인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에스모입니다. 라임은 에스모에 약 2100억원을 투자했는데요. 이 회사가 기업사냥의 무대가 됐습니다. 에스모를 무자본 M&A(자본금 없이 인수 대상 기업의 경영권과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불공정거래 행위) 방법으로 인수해 시세조종(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하락시키는 불공정거래 행위)으로 주가를 부양한 뒤 높은 가격에 팔아 약 83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지난달 14일 이모씨 등 4명이 구속 기소됐고 1명이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구속 기소된 4명 중 3명이 2017년 6월 에스모를 인수했던 세 개의 투자조합 대표들입니다. 이들 5명의 첫 공판은 오는 11일 오전에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립니다.
검찰은 라임 사태에 연루된 무자본 M&A 세력들을 계속 검거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에는 김모씨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요. 이들은 라임 펀드 자금 약 1000억원을 지원받아 라임 투자 상장사 3곳을 인수한 뒤 이들 기업의 회삿돈을 횡령(횡령 금액은 약 470억원)하고, 전문 시세조종업자에게 수십억원을 제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라임 펀드 사기 판매
라임의 무역금융펀드는 2017년 5월부터 신한금투 명의로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신한금투가 2018년 11월 해외 무역금융펀드 중 한 곳에서 부실이 발생해 청산 절차가 개시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임 전 본부장은 라임의 이종필 전 부사장과 공모해 라임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 해외무역펀드에 부실이 발생한 사실과 손실 발생 가능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480억원 상당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3개를 판매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습니다. 또 라임 투자사이자 상장사인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 ‘리드’에 투자를 한 대가로 리드로부터 1억 65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도 받고 있습니다.
이 전 부사장도 리드의 임원으로부터 명품가방과 명품시계, 외제차 등을 제공받은 혐의가 있습니다. 라임은 한때 리드의 최대주주였습니다.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 자금 유용
‘라임을 살릴 회장님’으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실질사주로 있는 스타모빌리티뿐만 아니라 향군상조회, 경기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운수 등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라임이 투자한 돈이 결국에는 기업사냥꾼에게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김 전 본부장의 첫 재판은 약 2주 뒤인 오는 20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립니다.
이외에도 김봉현 전 회장의 오랜 고향 친구인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1일 구속 기소됐습니다. 금감원 직원인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1년 동안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습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등입니다.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비롯해 3600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 등 뇌물을 수수하고, 김 전 회장에게 라임 검사 관련 금감원의 내부 문서를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김 전 회장으로 하여금 자신의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로 선임해 급여 약 1900만원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있습니다. 김 전 행정관의 첫 재판은 원래 다음 달 3일이었으나 검찰이 변론기일 연기를 신청해 다음 달 24일로 미뤄졌습니다.
남은 수사는
이 전 부사장의 구속기간은 오는 13일까지입니다. 검찰이 이 전 부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밝혔던 범죄사실은 리드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소할 때는 혐의가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부사장이 김 전 회장 등과 공모해 라임 투자사의 자금을 빼돌리는 데 가담했는지, 라임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과 공모해 당이득을 취했는지, 그외에도 라임 펀드를 독단으로 운용하면서 어떤 위법 행위들이 발생했는지도 수사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 회삿돈 517억원과 300억원대의 향군상조회 고객 예탁금,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향군상조회 자금은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이 향군상조회 대표이사를 지낼 때 집중적으로 빠져나갔는데요. 이 돈이 빠져나간 곳 중에는 페이퍼컴퍼니도 포함돼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이 빼돌린 자금들의 용처 역시 수사 대상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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