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초게 ‘장비빨’ 논란에 결국 칼 빼든 육상연맹

류재민 기자
수정 2020-02-02 15:44
입력 2020-02-02 15:44
탄소섬유판 3장 들어간 신발 불허키로
킵초게 인류 최초 마라톤 2시간 벽 허물어나이키, 킵초게 위한 전용 신발 개발 화제
인간한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전신수영복’처럼 기술도핑 논란도 이어져
IAAF는 지난 1일(한국시간) ‘엘리트 선수의 신발 규정 수정안’을 발표했다.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엘리우드 킵초게(36·케냐)를 위해 개발한 마라톤화를 겨냥한 조치였다. 킵초게는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 빈 프라터 파크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에서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1시간59분40.2초에 달렸다. IAAF가 인정하는 공식 대회가 아니었고, 총 41명의 페이스메이커를 동원하는 등 규정에 맞지 않아 기록은 인정받지 못했지만 인류 최초로 마라톤 2시간의 벽을 허물었다는 사실로 인해 화제가 됐다.
당시 나이키는 킵초게를 위한 특수 마라톤화를 제조했다. 발뒤꿈치 부분에 탄소섬유로 만든 판을 넣었는데 이 판이 스프링과 같은 역할을 했고 기록 단축에 도움으로 작용했다. 탄소섬유판이 1장만 들어간 ‘줌X 베이퍼플라이’의 경우 시중에 판매하는 상품이어서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부여했지만 킵초게에게만 허용된 전용 신발에는 탄소섬유판이 3장이나 들어가 있어 논란이 됐다.
결국 IAAF는 ‘신발 밑창의 두께는 40㎜ 이하’, ‘탄소섬유판은 1장만 허용’ 등이 담긴 수정안을 발표했다. 또한 ‘2019년 12월 30일 이전에 시판된 신발만 공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용품사들의 과도한 기술경쟁이 이뤄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게 됐다.
수영의 경우 2009년 로마선수권 대회에서 전신 수영복을 착용한 선수들이 무더기로 신기록을 쏟아내면서 ‘기술 도핑’ 논란이 일었고 이듬해 전면금지됐다. 그러나 10년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상당수의 최고 기록들이 당시 대회에서 세운 기록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인간의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스포츠의 기본 정신이지만, 더 나은 기록을 위한 기술 발전 역시 피할 수 없는 만큼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여러 분야에서 기술 도핑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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