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뚫린 메르스…휠체어 입국·설사 자진신고에도 검역 무사통과

민나리 기자
수정 2018-09-10 01:24
입력 2018-09-10 01:22
공항 통과 4시간 만에 의심 환자로
설사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한 이력을 파악한 검역소는 고막 체온계로 A씨의 체온을 측정한 결과 36.3도로 정상인 데다 호흡기 증상이 없다고 답변해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고 검역소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다만 귀가 후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지 말고 질본 콜센터 1339로 신고하라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전달했다. 체력이 떨어져 누군가가 휠체어를 밀어주지 않으면 이동이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검역 단계에서 큰 의심 없이 통과된 셈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검역 단계에서 A씨는 10일 전 설사 증상으로 현지 병원을 방문했었지만 현재는 설사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발열이나 기침, 가래와 같은 호흡기 증상이 없어 검역에서 통과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된 건 공항에서 나온 지 불과 4시간 만이었다. 메르스의 주된 증상은 발열과 기침, 가래, 숨 가쁨 등 호흡기 관련 증상이지만 설사와 구토와 같은 소화기 증상도 무시할 수 없다.
A씨는 설사와 복통, 이에 따른 탈수 증상 치료를 위해 공항을 나서자마자 아내와 함께 리무진 택시로 지인이 근무하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했다. 삼성서울병원은 3년 전과 달리 중동 방문 이력을 확인해 처음부터 별도의 격리실로 안내해 진료했으며 발열과 가래, 폐렴 증상을 확인해 보건당국에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했다. 정상 체온이었던 A씨가 불과 4시간 만에 발열과 가래, 폐렴 등 대표적인 메르스 증상을 보인 것이다.
3년 전 초기 대응에 실패해 186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38명이 숨진 뒤, 질본을 대대적으로 확대 개편했음에도 여전히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셈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8-09-10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