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희정 1심 무죄, 미투운동 본질 훼손되어선 안 돼
수정 2018-08-15 00:26
입력 2018-08-14 23:04
이번 재판은 김지은씨가 지난 3월 5일 방송에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선고까지 이어진 ‘미투 판결 1호’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 왔다. 법원이 심사숙고했겠지만, 이번 사건이 가져온 정치·사회적 파장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을 달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번 판결로 미투운동의 본질이 훼손돼선 안 된다. 미투운동은 권력에 억눌린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고발함으로써 ‘권력형 성폭력 문화’를 바로잡자는 사회운동이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로부터 시작돼 문화계, 정계, 학계 등 각계로 확산된 미투운동은 사회 저변에 만연한 권력형 성폭력 실상의 일부만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불법 촬영 등에서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요구하는 여성의 목소리도 성폭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미투운동에서 누군가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일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성적 자기 결정권이 침해당하고도 죄인인 양 숨죽여 온 성폭력 피해자가 이번 1심 판결로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2018-08-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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