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리인’ 김여정, 남북관계 넘어 북미 대화 물꼬 트나

이경주 기자
수정 2018-02-08 08:17
입력 2018-02-07 23:06
전례 깨고 외국 언론에 전격 노출…文대통령에게 친서 전달 가능성
“北, 최고 중의 최고 골라 보냈다”이방카와 조우 가능성 배제 못해
오늘 열병식에 외신 안 불러 주목
1987년생인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30세의 나이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르면서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한 혈족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제1부부장의 등장은 북측이 핵 미사일 고도화에서 남북 관계 개선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큰 의미”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구두친서 전달자 역할과 함께 국제사회의 여론을 직접 청취할 기회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간 백두혈통의 외국 언론 노출을 크게 꺼렸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발표를 앞두고도 김일성 동생인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결국 박성철 제2부수상이 내려왔다. 그만큼 김 제1부부장의 방남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이 포함된 북한 대표단은 올림픽 개막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녀인 이방카 선임고문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폐막식에 참석할 계획이어서 두 사람이 조우할 가능성은 적다. 다만 김 제1부부장 9일부터 2박3일간 일정을 마치고 방북한 뒤 재방남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기도 한다.
최휘 당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실세로 통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리선권은 남북 관계 전반의 실무 총책이고, 최휘는 올림픽 선수단의 최고 책임자라는 점에서 김영남, 김여정까지 포함해 북한에서 보낼 수 있는 최고 중에 최고”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언(남북 관계 개선)이 말뿐이 아니라 실천 의지가 있다는 의사 표시”라고 말했다.
이 중 최휘 부위원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으로, 유엔 회원국으로 여행이 금지된 인물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6월 대북 결의 2356호를 채택하며 그를 포함해 개인 14명과 북한 기관 4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 및 유엔 안보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제재안에는 사례별로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또 최 부위원장은 김 제1부부장과 함께 인권유린 문제로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미국 방문을 금지하는 제재여서 미국 측과 협조로 풀 수 있는 문제다. 이 외 보장성원 16명과 기자 3명도 방남한다. 보장성원은 주로 대남 업무 전문가로 알려졌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일꾼으로 내려왔던 리택건, 2013년 남북 장관급회담에 앞서 열린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수석대표로 나서 당시 남측 대표였던 천해성 현 통일부 차관과 회담을 가졌던 김성혜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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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5시 30분께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예술단 배웅에 나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활짝 웃는 모습.
연합뉴스 -
북한 예술단 출발, 전송하는 김여정북한예술단이 평창동계올림픽 축하공연을 위해 5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빨간 원)이 당 선전선동부장을 맡고 있는 박광호와 함께 예술단을 전송해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5시 30분께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손을 흔들며 예술단을 배웅하는 모습.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5시 30분께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예술단을 인솔하는 권혁봉 문화성 국장을 악수로 배웅하는 모습.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5시 30분께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맨 오른쪽)이 배웅 나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보자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
KBS화면 =싱가포르에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과 동행한 ‘젊은 여성’이 여동생인 김여정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KBS가 보도했다. 오른쪽은 연합뉴스가 지난해 입수한 베른 헤스구트 공립학교에 다녔던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으로 추정되는 사진. 2011.2.16
서울신문 포토DB -
KBS화면=싱가포르에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과 동행한 ‘젊은 여성’이 여동생인 김여정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KBS가 보도했다. 2011.2.16연합. 서울신문 포토DB -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왼쪽)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
김여정.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조선소년단 창립 70돌을 축하하는 행사에 등장해 김 위원장이 받은 꽃다발을 직접 챙겨주는 장면이 조선중앙TV 기록영화에 포착됐다. 앞서 김여정은 지난 5월10일 평양시 군중대회 및 군중시위에서도 김정은의 꽃다발을 직접 챙겨준 바 있다. 2016.7.3 서울신문 포토DB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 열병식에 앞서 김정은에게 행사안내 책자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2017.4.15. 서울신문 포토DB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 열병식에 앞서 김정은에게 행사안내 책자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2017.4.15 . 서울신문 포토DB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소년단 8차 대회에 참석한 청소년 대표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2017.6.8. 서울신문 포토DB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6차 핵실험에 참여한 핵 과학자·기술자를 위한 경축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공연에 앞서 가수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김정은 위원장을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붉은 원)이 지켜보고 있다. 2017.9.10. 서울신문 포토DB -
지난 22일 개최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집회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붉은 원)이 참석한 모습이 조선중앙TV가 23일 오후 공개한 집회 영상에서 포착됐다.2017.9.23 . 서울신문 포토DB
한편 북측이 지난달 주요 외신을 8일 건군절 열병식에 초대했다가 취소하면서 대내용 행사로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난해 4월 태양절(김일성 생일)에 100여명 이상의 외신을 초청해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과 상반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8-02-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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