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쫓겨난 배넌…앙숙 맥매스터에 ‘정치적 복수’
한준규 기자
수정 2017-08-22 01:30
입력 2017-08-21 22:28
美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 지휘…“코란 모독 안 된다” 저서 비판
현지 언론들은 백악관의 정적(政敵)을 향한 저격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했다. 배넌은 백악관에서 근무하면서 맥매스터 보좌관과 각종 외교적 문제로 불화에 자주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배넌과 맥매스터는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를 지칭하는 용어 문제로도 심각하게 부딪쳤다. 배넌은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radical Islamic terrorism)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했지만, 맥매스터는 IS는 이슬람교를 앞세울 뿐 실제 행태는 종교와 무관한 테러단체라며 오히려 이 용어가 온건한 이슬람교도의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반대했다. 맥매스터는 국가 안위를 결정하는 NSC에 ‘정치 고문’인 배넌의 상시적 참석을 반대했고, 결국 배넌은 지난 4월 NSC에서 빠지게 됐다. 이 사건 이후로 이들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런 이유로 배넌이 백악관을 떠나자마자 그가 다시 진두지휘하게 된 브레이트바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사를 어떤 식으로 다룰지 등에 관심이 집중됐다. 브레이트바트의 정치평론가인 쿠르트 바델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면에서 배넌은 시간이 지날수록 (백악관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백악관 기사를 많이 다룰 것임을 암시했다.
반면 배넌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대통령들에 대한 비공식 자문 역할을 해 왔던 로저 스턴은 “배넌은 곧바로 백악관 바깥에서 더 위험한 발언이나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게 백악관 내부에 영향력을 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맥매스터 보좌관도 지난주 NBC ‘미트 더 프레스’에서 배넌과 함께 계속 일해 나갈지에 대한 질문을 피해 가며 불화설을 뒷받침했다. 당시 맥매스터 보좌관은 “대통령의 어젠다와 안보, 미국인들의 번영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누구와도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7-08-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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