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과제 178조’에 현실론 부상… 당·정, 증세 공론화

강국진 기자
수정 2017-07-21 00:12
입력 2017-07-20 22:56
추미애·김부겸 ‘증세 총대’ 왜
경제장관회의서 난상토론 주도
秋 따르면 3조 가까이 증세 효과
김동연 “민감한 문제” 공식화 경계
한 공무원 “치밀한 각본 느낌”
방법론선 당·정 이견 조정해야
여당과 정부 일각에서 ‘부자 증세’를 잇달아 꺼내 들면서 문재인 정부의 증세가 공식화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당 대표와 정부부처 장관이 같은 날 증세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기류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회의에 참석한 17명(장관 10명+차관 7명) 가운데 장관 4명이 증세 필요성에 동의했다. 나머지 13명 가운데 2명은 “기본적으로 증세에는 동의하지만 지금은 새 정부 국정 방향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지지 확산이 우선이기 때문에 논의 시기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추 대표는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소득 2000억원 초과)을 신설해 법인세율 25%(현행 최고세율 22%)를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법인세가 2조 9000억원 더 걷힐 것이라는 게 추 대표의 추산이다. 소득세도 현행 40%인 5억원 초과 고소득자 세율을 42%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없다”고 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며칠 전 발언과 배치된다. 기재부는 소득세율은 그대로 놔두고 과표구간을 현행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실질적으로 증세 효과가 발생한다. 김 부총리는 “법인세와 소득세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재정 당국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증세론이 공식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증세를 언급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여당 대표와 정치인 출신 장관이 ‘총대를 멘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정부가 전날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를 실행하려면 178조원이라는 큰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세금을 더 걷고 씀씀이를 줄여 이 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은 증세로 가야 한다는 현실론이 정부 안에서도 팽배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한 지 하루 만에 (기재부) 외곽에서 증세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각본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해석했다.
당장 다음달 초 발표되는 올해 세제 개편안에 증세가 담기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있다. 그러나 발표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증세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은 높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7-07-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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