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타인 마음 읽어주는 ‘공감의 유전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17-10-24 22:13
입력 2017-06-13 22:54
20세기폭스 제공
만약 내일 아침 갑자기 초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떤 능력이 좋을까요. 예전 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와 비슷한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결과를 보니 많은 사람들은 강한 힘보다, 날아다니는 능력보다 남의 생각을 읽는 독심술을 원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도와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엄청난 힘과 능력이 생기면 지구를 구하러 다녀야 하기 때문에 피곤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독심술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의 기분을 읽을 수 있다면 훨씬 육아가 편해지지 않을까요.
그런데 최근 한 다국적 연구진이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23앤미(23andme)와 손을 잡고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읽는 데 도움을 주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자폐증 연구센터와 프랑스 파리7대학 인간유전 및 인지기능연구소, 파스퇴르연구소가 주도한 이번 연구의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건강의학’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20년 전 케임브리지대 인지과학 연구팀은 타인의 눈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맞히는 ‘시각 측정’이라는 심리측정법을 개발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실험한 결과 우리 중 일부는 독심술 능력이 무척 발달해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점수가 높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연구팀은 바이오기업 23앤미의 전 세계 고객들 중 8만 9000명을 대상으로 시각 측정과 함께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검사에서도 여성의 평균 점수는 남성보다 훨씬 높았으며 자폐 증상이 있는 사람의 점수는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유전자로 분석하면 이런 독심술 능력은 3번 염색체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특히 ‘LRRN1’ 유전자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유전자 편집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구자들은 독심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능력도 뛰어나다고 밝혔습니다. 독심술은 눈을 통해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읽어 내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능력만이 아닙니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그 감정에 공명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렇게 공감하는 겁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생존에 매달리다 보면 타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한국사회는 유독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해외에서 내놓은 독심술 연구에서, 건강한 사회를 위해 타인의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감능력에 주목해 봅니다.
edmondy@seoul.co.kr
2017-06-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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