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포켓몬고, 이제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가/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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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7-02-13 00:39
입력 2017-02-12 17:46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의 ‘2차 공습’이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강원 속초가 포켓몬고의 성지가 돼 이용자들은 앞다퉈 속초행 버스에 올랐다. 그로부터 7개월 만에 포켓몬고는 글로벌 매출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를 기록, 모바일 게임 사상 최단 기록을 세웠다. 현재 세계에서 연 매출 10억 달러를 넘긴 게임은 단 세 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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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그 여세를 몰아 포켓몬고는 한국에 진입했고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1000만 다운로드, 700만 이용자의 하루 평균 3시간 반 이용 등 1차 공습을 능가하는 충격을 던지고 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학생 딸과 함께 포켓몬고 경쟁을 시작했고 3월에 개학하면 학생들과 함께 학교 캠퍼스를 배회하게 될 것이다.

도대체 포켓몬고는 왜 사람들을 이렇게 몰입시키는 것인가.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급형 중급 기술 기반 게임이라는 점이다. 포켓몬고는 기술집약형이 아닌 ‘보급형 미들 테크노로지’(중급 기술)에 기반한 제품이다. 따라서 게임 플레이에 어려운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다. 포켓몬고는 게임에 약한 여성이나 중년 남자를 쉽게 끌어들인다.

둘째, 포켓몬스터라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이다. 1996년 게임이 출시된 이래 만화, 애니메이션 등 포켓몬스터 관련 매출은 무려 5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콘솔게임기가 힘을 쓰지 못하는 한국에서조차 포켓몬스터는 누구나 아는 캐릭터다. 이런 유명 글로벌 캐릭터에 기반하고 있으니 벌써 100점 만점에 70점은 따둔 셈이다.

셋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이다. 스마트폰 게임이 실내의 게임을 실외로 끌어냈다면 포켓몬고는 게임을 매개로 가상과 현실을 융합했다. 나는 포켓몬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볼을 다 소진해 버렸다. 그러자 미처 잡지 못한 ‘몬스터 게’가 내가 이동하는 장소마다 출현해 나를 놀려 댔다. 이처럼 현실의 세계를 게임의 일부로 사용하는 것이 포켓몬고의 전략이다. 그러나 우리의 게임은 여전히 게임의 세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정부가 깊이 고민해야 할 점은 산업이나 혁신 정책이 ‘기술을 위한 기술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20조원에 육박하지만 포켓몬고와 같은 성공작을 만든 적은 없다. 포켓몬고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전략의 산물이다. 중급 기술 기반의 제품 혁신은 우리의 과제다.

둘째는 게임업계의 IP 생성과 관리다. 닌텐도는 초기부터 게임 IP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다. 캐릭터 생성도 중요한 이슈다. 일본 시장을 보면 포켓몬스터뿐 아니라 슈퍼마리오, 원피스, 도라에몽 같은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가 경쟁하고 있다. 이런 캐릭터는 모두가 게임의 소재가 되고 있다.

셋째는 혁신 생태계의 복원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게임에서는 질풍노도처럼 혁신의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다양한 게임 장르가 등장했고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놀라운 혁신이 등장했다. 지금 게임의 보편적 비즈니스 모델인 ‘무료 사용 후 아이템 판매’(Free to play)는 한국이 원조다. 이런 한국의 혁신을 외국인들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혁신의 연쇄는 끊어졌다. 한술 더 떠 정부는 규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펼쳤고, 게임사는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이 아닌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로 나갔다. 게임업계와 정부가 위험 감수와 혁신의 생태계를 복구하는 것은 앞으로 사활이 걸린 과제가 될 것이다. 포켓몬고가 던져준 충격이 충격으로 끝날지, 아니면 충격을 극복하고 나아갈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2017-02-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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